2014년 08월 14일

나는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인가

작성일 : 2010년 11월

나는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인가

우리민족은 과거 역사 속에서 수많은 외세의 침탈과 무소불위 권력에 핍박을 당하면서도 인내와 끈기로 역경을 극복해 나가면서 불의와 권력에 대항하고, 스스로 입신양명(立身揚名)하는데 높은 가치를 부여해 왔다. 그래서 자신은 어렵더라도 자식은 어떻게든 교육시키고자 하였고, 동생의 진학을 위해 자신의 공부를 포기하고 산업전선에 뛰어든 이들의 사정이 생활 속에서 이야기되어 왔다. 이러한 바탕이 해방과 전쟁으로 이어진 혼란 속에서 오늘날 ‘G20국가’ 또는 ‘경제력 20위내 국가’라는 위상에 서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IT분야에서는 선진 기술을 가진 국가로 인정받고, 짧은 기간 내에 눈부신 성장을 이룬 모습에 개발도상국가로부터는 귀감이 되는 모델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뒤돌아보던가, 주변을 살필 겨를도 없이 전력질주하면서 변화되어온 내 모습을 보면, ‘경제력의 G20’ 국가내의 한 사람일 뿐이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모습이 되고 있지는 못하다. 국가가 단순 경제력에 의해 평가되고 있지만 않는 것처럼, 건강한 사회로도 평가될 수 있는데, 내 모습은 과연 그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권력과 권위에 저항하는 것이 삶 속에 점철되었던 역사 속에서 가진 자나 이룬 자들을 쉽게 굴복하지 않는 성향이 녹아 있는 우리 민족의 기질이 내게도 다분히 있다. 이를 사람들은 반골(反骨)기질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나는 내가 가치를 부여하는 부분에서는 형편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분에서의 월등함으로 전반적으로 세상에서 인정받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이라고 변명하기도 한다.

사실여부에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묘사되었던 볼프강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대한 안토니오 살리에르의 마음에서 나를 볼 수 있었다. 그 또한 당대에 작곡가로, 궁정악장으로 반열에 오른 인물이었으나, 천재성을 지닌 모차르트의 모습을 보며, 그러나 인격적으로는 커다란 결함을 지닌 모차르트를 보며 복합적인 사람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 천재성을 인정하고 싶지만 부럽기도 하고 질투심을 갖고 있는데, 칭송받는 명성에 비해 천박할 만큼 흠이 보이는 모차르트의 인간됨됨이에, ‘어떻게 저런 사람이…’ 하며 전반적으로 모짜르트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마음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또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레자블’에서 장발장을 끊임없이 뒤 쫒던 자베르 형사의 마음에서 나를 볼 수 있었다. 자베르는 세상에서의 법과 상식을 지키며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잘못을 저지르고 죄의 댓가도 치르지 않은 장발장이 어떤 이유로든 피하여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해 용서하지 않는 자베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런 자베르가 주변에 어려운 이들에게 베풀고 사는 장발장 모습을 인정할 수 도 없고, 동의하지 않는 자베르의 심경이 또한 잘 묘사되어 있다.

나는 이 마음을 시기, 질투, 열등감 등의 일률적인 말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어떤 이유든지 이제 나는 그 마음을 벗어나야 한다. 내 주변에 있는 ‘천박한 천재 모짜르트’를 인정하여야 하고, 과거 허물을 감추고 사는 ‘후덕한 장발장’을 인정해야 한다. 그들의 흠결이 모두에게 드러나든지 아니든 간에, 그들은 또한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이들로 부터 그의 과거나 부족함을 보기 보다는, 그가 이루어낸 그 무엇을 보아야 하고, 그가 실수한 무엇을 나는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입신하는 내 삶의 과정에서 집중하여야 한다.

이렇게 척박하고, 어려운 역경을 겪으면서 이룬 모습이라 그런지 나는 또한 주변에 대한 배려에 인색하다. 특히 대접받을 위치에 있으면, 대접을 받는데 너무나도 충실하고, 그 권리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아마도 대접받는 것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천성적으로 그렇기 때문이라고도 생각된다. 그런데 나는 ‘갑’의 위치에 있을 때 ‘을’을 동료나 파트너로 생각하는 갑이 아니라, 오직 ‘Super 甲’으로 대접받으려 최선을 다한다. 그런 계약을 체결해야 조직에서도 인정을 받고, 그런 대접을 받아야 내 자신의 권위가 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회는 양 날개로 날아가는 독수리의 모습처럼 좌와 우, 우와 열, 앞에서 끄는 자와 뒤에서 미는 자의 균형으로 발전되어 감을 이제야 조금씩 느낀다. 가진 자의 일방적인 힘과 권위가 주류로 인정되는 편중된 사회가, 소외된 자에게 나누는 것에 인색한 부의 세습이, 배고픈 자와 함께 하지 않는 내 이기적 인격이 다음 단계로의 내 ‘입신’에 장벽이 될 뿐만 아니라, 현재 내 삶에서의 ‘양명’에서도 장애물이 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몇 년 전 동료들과 식사를 배달시켰는데, 음식 배달하던 나이 지긋한 식당 주인에게 약속과 다르게 너무 늦었다고 하여, 험한 말로 큰 상처를 준 적이 있다. 그 후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지만, 그 분이 느꼈던 자괴감은 내 사죄로 금방 치유되긴 어려웠으리라 생각된다. 쉽게 생각하는 내 오만함으로 인해 그 분께 큰 상처를 입혀, 지금도 잊지 않고 반성하는 잘못이다. 이런 내가 도우미에게 베푸는 작은 친절에서 시작하여, 소외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먼저 나누고 내 필요를 쓰는 것이 당연히 생각하게 될 때, 나는 G20 국민보다, 더 소중한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에게 열등감과 도전의식을 안겨 준 분들을 인정하고, 내가 함께해야 하는 나눔을 오만함으로 회피한 것을 반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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