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대만 컴퓨터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작성일 : 2014-02-19

대만 컴퓨터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대만의 컴퓨터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PC 시장이 노트북으로 급격히 잠식되고, 태블릿의 호황이 노트북 시장을 잠식하면서 대만의 PC와 관련 부품 시장이 격동치고 있다. 그동안 컴퓨터 분야에서의 탄탄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수출 위주의 사업에 매진한 대만의 부품산업군이 타격을 받음에 따라, 대만의 컴퓨터 업계가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급형 서버군으로 떠오르고 있는 ARM 계열 마이크로 서버나 인텔 지원을 받는 ARM 계열 서버 등의 저가형/저전력 서버 사업 분야로 이동하여 출구를 찾고 있기는 하나 만만치 않아 보인다.

서버 시장에는 이미 견고한 위상을 갖추고 있는 IBM이나 HP와 같은 Tier 1 서버 회사들, 그 뒤를 이어 Dell로부터 시작되는 Tier 2 회사들, 그리고 Tier 2와 Tier 3의 언저리에 걸쳐 있으나 규모와 인지도 측면에서는 상위 회사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 수퍼마이크로부터 ASUS에 이르는 수 많은 회사들이 진을 치고 있어 그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그 틈을 조금이라도 넓혀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이들 신생 서버 제조기업들의 노력이 애처로워 보인다. 이에 더해 작년 대만의 서버보드와 서버 부품회사들의 실적이 참담하다고 하여 Red Ocean인 PC 시장에서 떨어져 나와 서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컴퓨터 부품 회사들의 안타까운 모습은 대만 ICT 업계 분위기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화웨이나 레노버의 질주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만 기업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 모르는 이에겐 비슷해 보이는 다 같은 ‘CHINESE 계열’의 기업들이라 생각하게 하지만, 기업 문화나 대상 시장, 그리고 비즈니스 방법 등에서 전혀 다른(다만 같은 한자를 쓰고 똑같이 생기기만 한) 엄청나게 거대한 경쟁자가 있을 뿐이라고 대만 기업인들은 말한다. 그래서 만나는 대만인들마다 ‘그들은 이 세계(중국을 제외한 world)와 다른 또 하나의 세계(중국이라는 world)에서 온 사람들입니다’라고 이야기 한다. 13억이 넘는 인구의 대규모 단일 시장을 배경으로 성장해 온 이들의 컴퓨터 분야를 망라한 ICT 제품은 기술 수준과 비즈니스 규모, 기업의 방향성 측면에서 어느 한 가지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임베디드 칩셋에서 모바일 제품에 이르는 소비자 제품군으로 이동한 컴퓨터 업체들은 어떤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UI 환경을 모바일 환경 뿐만 아니라 임베디드 보드 환경에서도 제공함에 따라, 임베디드 보드 회사는 추가 SW를 개발할 필요 없이 이 환경을 자신들의 보드에 탑재하기만 하면 구글이 제공하는 수많은 사용자 응용 프로그램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만의 임베디드 칩셋, 부품회사들은 셋톱박스부터 홈 게이트웨이에 이르기까지, 하물며 태블릿이나 모바일 폰에서도 쉽게 플랫폼 뿐만 아니라 완제품까지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많은 컴퓨터 부품 회사들이 이제까지 임베디드 리눅스 환경에서 사용자 응용을 개발하느라 겪던 어려움을 일시에 해결하며, 기대에 부풀어 모바일 및 홈 게이트웨이에 이르는 소비자 제품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폰들이 안드로이드 환경을 탑재했기 때문에 더 많이 판매되는 것이 아니듯, 셋톱박스에서 그 안드로이드 응용은 좋지만, 이로 인해 그 제품의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제품들도 모두 그 환경을 탑재했기 때문에 결국은 구글 세상을 빠르게 하는 계기가 되어 구글의 비즈니스 기회만 넓히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지만, 어떻게 하면 TV를 비롯한 홈 기기들의 미디어 플랫폼과 연결하여 사용 편의성이나 우수한 성능을 제공하느냐 하는 등의 문제는 장비 부품 회사 자신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제까지도 근본적인 과제로 언급되어 온 것처럼, 대만 ICT 기업들은 기본 틀이 되는 보드나 칩셋 환경은 잘 만들어 왔으나, 결국 부가가치 있는 완제품으로 갈 때 필요한 ‘Killer Application의 부재’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호황이거나 경쟁 제품이 미미한 초창기에는 어느 정도 이익을 추구할 수 있으나, 결국엔 BOM Cost라고 일컫는 부품 가격까지 공개하면서, 물량 대비 약간의 이익을 덧붙일 뿐인 열악한 이익 구조를 벗어나기 어려운 비즈니스 구조가 되고 있다. 그래서 항상 브랜드를 무기로 제품 패러다임을 주도하며, 대규모 마케팅 정책을 펼치는 구미 ICT 기업이 양질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이용되기 십상이다.

그러기에 삼성의 갤럭시 폰이나, 애플의 아이폰과 비교하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많은 중국기업들이 안드로이드 기반의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시장을 급격히 잠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대만의 HTC는 아직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스마트한 태블릿 PC들이 대만에서 많이 나오고 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제품에 밀리고 있다. 같은 중국 공장을 활용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있고 보다 시장 친화적인 노하우가 있음에도 말이다.

이런 대만이 우리에게 가까이 있다. 확실한 장점을 가졌음에도 지금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대만이 가진 것을 가지지 못한 우리다. 그러나 또한 대만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우리다. 우리는 이런 대만의 위기를 보며, 어떻게 우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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