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대만 IT는 폭풍우 위를 날고 있다

작성일 : 2011년 7월

대만 IT는 폭풍우 위를 날고 있다

최근 대만을 2주 간격으로 두 차례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임베디드 부품회사, OEM 위주의 홈 디지털 미디어 장비 회사, 그리고 자기 브랜드로 승부하는 중견 IT 회사들을 만나봤다. 한 회사 당 두세 차례 가량 미팅을 하면서, 상호 모델과 협력 가능성을 논하는 것이 주요 의제이긴 했지만, 사이사이마다 대만이 IT 현실을 보는 시각과 IT 사업의 변화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 결과, 때로는 우리의 경쟁자라고도 하고, 어떤 때는 소형 가전제품의 지존이라고도 하던 대만 IT 회사들이 지금 폭풍우 위를 날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항상 우리의 파트너라고 하기보다는 경쟁자로 세뇌받아 오던(?) 대만이,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나름대로의 IT 강자의 위치에 오른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엄청나게 큰 시장과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세계의 공장,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가까워진다면 세계 IT 시장에서 우리가 설 자리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본 터였다. 같은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두 나라가 상호 투자하며 보완관계를 구축하게 된다면, 갈 길이 먼데도 불구하고 조그마한 땅 마저도 둘로 나뉘어 아직도 으르렁대는 우리의 처지를 볼 때, 엄습해 오는 긴장감은 적지 않은 것이었다. 이런 단순한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세계 IT 시장은 이데올로기라는 기나 긴 잠에서 깨어나, ‘가운데 나라’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강자 中國이 IT 산업의 미래 흐름조차도 바꾸어 버릴 기세로 덮쳐오고 있다. 그래서 대만 IT 기업들의 현실에 대한 생각이 더욱 궁금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만 IT 기업들도 IT 지형을 재편할 기세로 태풍으로 몰고 나타난 중국의 등장과 성장에 우리와 비슷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 또한 단순 노동력을 저렴하게 제공하던 생산 공장에서 벗어나, 최근 시스템 S/W 분야, 집적화된 H/W 분야,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저돌적으로 달려가는 중국을 저 멀리에서 몰려오는 뭉게구름이 아니라, 우리를 태풍의 눈으로 사정없이 몰아붙이는 강력한 힘으로 비유했다.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경쟁업체들과도 부품을 공동 매입하는 것이 일반화된 대만 기업들이 중국에 대해서는 동일한 협력을 꺼려하고 있다. 비록 적극적으로 중국에 투자하고 공장을 유지하기는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이 보는 것처럼, 동일한 시각으로 중국의 발걸음을 신경 곤두세워 주시하고 있다.

국내 시장규모가 우리보다도 협소한지라, 수출을 해야만 먹고살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으로 일찌감치 세계 시장을 향한 비즈니스를 기본으로 시작하여 왔던 대만에는 수많은 화교들을 엮은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엄청난 물량의 다양한 IT 제품들을 쏟아내는 수많은 대만 IT 중기들이 탄탄하게 대만 산업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몇몇 대기업에 의해 올해 IT 분야 수출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우리와는 그 산업 구조가 다르다. 처음부터 글로벌을 무대로 시작하였기에, 나의 편견이었던 하나의 민족이라는 감정적 틀을 그들은 이미 넘어서 있었다.

그러하기에, 그들의 모습 속에서는, 번개치듯 새로운 방향과 시장을 만들어 내서 우리를 놀라게 하지만 방만해 있어 너무 부풀어 버린 미국 IT 기업들의 위태로운 여유로움이나, 대만보다 먼저 세계를 향한 글로벌 비즈니스에 일획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애정에 집착하다 시대 흐름을 더디 적용하는 일본 IT에서의 지나친 보수성을 찾아볼 수 없다. 이보다는 6월이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34도를 넘나드는 다습한 소낙비 기후에도 활기차게 스쿠터를 타고 내달리는 분주함 속에서 여타 남방국가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새로움과 변화에 대한 도전의 모습들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 모습은 잠시 찾아 본 Computex 2011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여기서 짧은 시간 동안 두 번 놀랐다. 아직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CES나 Cebit에 뒤떨어지지 않는 수많은 실험 제품들 때문에 놀라고, 시장이 만들어지는 분야에 대해서는 다양한 고객들이 선택 가능하도록 엄청나게 많은 제품들을 신속하게 출시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지금 세계 IT 지형은 언제 몰아칠지 모르는 중국의 저돌적인 폭풍우와 미국을 비롯한 구미 제국의 방만한 오만함으로 IT 산업 발전의 균형이 깨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구미제국의 IT 기업들은 혁신과 기술개발 보다는 오직 정략적 M&A와 적자생존의 규모 싸움이라는 마약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흉내내기 좋아하는 국내 대기업들도 양질의 IT 신진인력 양성과 도전적 기술개발 보다는 중기 IT 인력 빼오기, 하청을 매개로 한 IT 기술의 탈취에 맛 들여 산 지 오래다. 이러한 IT 변혁의 폭풍우 속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을 IT 제국을 시각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지금 의심 없이 떠오르는 나라를 하나 꼽으라면 그 나라가 대만이다. 탄탄한 IT 중기 기반과 경험, 그리고 세계를 향한 넓은 시야, 그리고 미래 IT 산업을 향한 혁신적 자세를 가진 나라가 대만이라는 IT 기업이다.

그 대만 IT가 지금 폭풍우 위를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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