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대원군과 노무현

작성일 : 2007년 4월

대원군과 노무현

한미 FTA협상이 타결되었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는 우리에겐 수세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고, 게다가 협상력이나, 그 준비, 체계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우리 정부담당자들에겐 달갑지 않을 수도 있는 협상이었다. 그러하기에 이 타결이 우리에게 득이냐 실이냐를 비롯하여 향후 우리의 후배들에게 짐으로 작용할 지, 기회로 작용할 지를 가지고 논란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현상을 보며 140여년전 조선의 상황을 떠올려본다. 서구 열강들의 침략으로 인해 우리에게 유일한 대국으로 인식되던 청나라가 몰락하고 있었고, 서양의 종교 및 문화, 사상의 전파로 인해 조선 지배체제가 위협을 받고 있었으며, 계속되는 열강들의 통상요구 등으로 인해 크고 작은 마찰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물결에 우리 선조들은 여러모로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선택하여야만 하였다. 그 때 조선의 실질적 지배자였던 대원군은 그러한 압력으로부터 힘을 기르기 위한 준비시간을 위해 쇄국정책을 결정하였다.

지금의 우리에겐 급격히 성장하여 우리세대가 가기 전에 이전의 대국의 위치를 회복하리라 생각되는 중국이 다가오고 있고, 언제나 우리에겐 가까운 이웃이라 하기에는 믿음이 가지 않는 일본이 버티고 있고, 이젠 이데올로기의 이슈가 사라짐으로 인해 눈 하나 감아주던 사이에서 철저한 이해득실의 자세를 보이는 미국이 엮여있다. 게다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 형제인 북한이 우리에게 덤으로 얹어져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의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뒤따라오던 BRICs 제국들이 언젠가는 우리 앞단에 설수 있다는 압박과, 젊은 인재들의 회피로 인해 더욱 취약해진 농축수산업 등 1차 산업의 퇴락, 그리고 그나마 얼마되지도 않던 우리의 천연자원이 고갈되는 현실 등은 이전 우리 선조들이 느꼈을 그 시대상황과 많은 면에서 유사함이 있다. 이때 노대통령은 열어줄 것은 열어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는 한미 FTA를 선택하였다. 여기서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대원군 때는 보수주의자들이 쇄국을 주도하고, 개화주의자들이 반대하였는데, 지금은 보수주의자들이 협력을 찬성하고, 진보주의자들이 반대한다는 점이다.

아무튼 우린 지금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고, 모든 것을 얻고 아무것도 잃지 않고자 하는 카드는 없다는 것이다. 이보다는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순식간에라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냉엄한 현실이 있을 뿐이다. 우리에게 그래도 축적된 것이라면 열강들의 틈에서 살아남아온 경험, 글로벌 기업의 우수브랜드에 대항하는 틈새 제품들, 그리고 ‘빨리빨리’라는 국민성에서 보여주는 신속한 추진력이다. 좀 더 붙인다면,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의지,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의욕, 그리고 고등교육 받고 다양한 경험을 한 아주 많은 고급인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자원을 바탕으로 우린 이미 차선의 카드를 선택하였고, 이젠 이 카드를 에이스 카드로 만들기 위해 우리를 던져야 하는 상황이다.

늘 선택당하지 않기 위해 선택해야하고, 결정을 통보받지 않기 위해 먼저 결정해야한다. 현재의 우리 정부가 타결한 목록이 이득인지 아닌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상황이 우리로 하여금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러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린 우리의 운명에 대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스스로를 던져서 이 상황을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자랑스런 이 나라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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