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벤처는 보수인가 진보인가?

작성일 : 2012-05-29

요즈음 아주 오래전 끝났을 법한 논쟁거리인, 보수냐 진보냐 하는 싸움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총선 전후 벤처 출신 CEO 들 다수가 벤처 정신을 기치로 삼아 국회에 도전한 것이나, 매번 부패한 말로에 실망만 안겨주는 정권 담당자들 사건이 지면을 또 채우고 있는 것이나, 그 규모와 영향력이 커졌으나 행태는 실망스러운 진보세력 내외의 논란이 우리로 하여금 진보와 보수의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하고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이 고리타분한 논쟁거리는 서로를 ‘수구꼴통 보수’다, ‘과격무능 진보’다 라고 헐뜯으며 패 나누어 매일 비싼 1면을 도배하며 넌더리나게 싸워대는 난장판에, 벤처 대표주자(?)라는 안철수 교수가 등장하고, 또 이쪽 저쪽에서 자기편과 가깝다고 끌어당기려는 추파가 더해져서 그 논란거리가 더 커지고 있다.

안철수는 진보인가? 아니면 보수인가? 그러면 IT 벤처 업계에 속한 우리는 어떤 부류일까? 과연 벤처는 진보일까, 보수일까? 더 나아가 벤처인은 보수적일까? 진보적일까? 거꾸로 보수적인 사람이 벤처에 적합할까? 진보적인 사람이 벤처에 적합할까? 어떻게 보면 정치적, 사상적 가치 기준을 벤처에 가져다 붙이는 것이 황당한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우리 현실에서 이런 논란이 상호 연결되어 일어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요즈음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주저하는 젊은이들의 정신적 ‘멘토(?)’로 각광받는 ‘애정남’이라면 이런 의문을 어떻게 명쾌히 정리해 줄 수 있을까?

우리는 벤처 정신에서 높은 우선순위로 두는 가치로 무엇을 내세우고 있는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 벤처기업을 정의해 보면,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시피, 벤처기업은 커다란 위험 부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수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이 기술 성과를 바탕으로 한 사업 성취를 추구하는 기업을 말한다고 한다. 이 정의를 가치적 관점에서 풀어보면, 벤처기업은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을 추구하고 또한 현재의 자기 상황을 살펴 ‘자기 성찰을 통한 철저한 혁신’을 시도한다. 이를 벤처 정신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보수와 진보는 이 가치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까?

뭔가 바꾼다는 측면에서 볼 때, 우리는 진보가 이에 상통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기 쉽다. 그렇다면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가치가 보수적 사고를 가진 기업인에게는 적합하지 않을까? 얼핏 보면 급격한 변화보다는 현재의 사상이나 태도를 중시하는 ‘보수의 정의’를 고려할 때, 맞지 않아 보인다. 이보다는 진보주의자들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그룹이라고 인식되고 있어, 새로움에 대한 도전은 진보주의자들의 대표적 가치로 생각하기 쉽고, 진보주의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진성 보수주의자들은 그들의 현재 가치와 사상을 점진적으로 계속 발전시키는 것에 커다란 의미를 두고, 추구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의 부작용과 혼란을 염려하는 바, 추진 과정에서 검증하고, 보완하는 것을 중요시 한다. 그래서 반대쪽에서 볼 때에는 그 진행 속도가 더디다. 그러나 진행 속도 측면에서 진보주의자들과 차이가 있을 뿐, 그 기조에는 차이가 없다. 이를 볼 때, 벤처가 모든 자원을 올인하여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한 성과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인식(?)때문에 진보적 관점으로만 이해하기 쉽지만, 이 속도차를 기준으로 좌우를 구분하기에는 너무 성급한 편 가르기가 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진성보수주의자들의 최고 가치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도덕성이 진보주의자들의 전유물인 것으로 선입견을 가지는 것이 무리가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벤처의 또 하나의 고유가치가 되는 ‘자기성찰을 통한 철저한 혁신’은 어디에 가까운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자기성찰하면 보수, 혁신하면 진보를 떠올리가 쉽다. 그런데 아무리 대단한 혁신 벤처라고 하더라도 예외없이 5% 이하의 성공률을 보이는 것이 벤처기업의 현실이다. 따라서 항상 냉혹한 시장 평가와 실패를 고려하고, 그 실패 속에서 되돌아오는 피드백으로 어떻게 다시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 하는 것이 벤처기업의 고민이다. 그러하기에 벤처 기업인은 이런 상황의 변화를 또한 민감하게 성찰해 보고 있다. 이처럼 진보적 색깔로 인식되는 ‘철저한 혁신’의 가치는 결국 수많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보수의 가치인 ‘냉혹한 자기성찰’을 통해 이루어 질 때, 그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 이는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며 내일을 준비하던 우리 선조의 선비정신에서 볼 수 있듯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순서와 조화의 문제이지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벤처는 보수인가 진보인가 하는 문제에 ‘애정남’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 사실 애매모호하다. 그러나 명쾌한 한 가지, 보수적 벤처인은 제품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검증 과정을 강조한 점진적 개혁주의자이고, 진보적 벤처인은 빠른 시장진입으로 신속한 시장 지배를 목표로 하는 선도적 개혁주의자이다. 또한 고객의 요구를 예측하되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보다 미리 나와 시장을 선점하려는 신제품 개발자는 진보주의 기업이고, 고객의 요구를 예측하고 시장의 시행착오까지 보고 나서 시장을 과점하려는 신제품 개발자는 보수주의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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