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벤처 살아남기 대작전

작성일 : 2007년 11월

벤처 살아남기 대작전

벤쳐의 원조라 하는 미국과 비교해 볼 때, 여러 면으로 차이가 나는 한국에서의 벤쳐 기업들의 운명은 많은 제약을 어떻게 돌파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기술 집약적이면서 높은 위험 부담을 가지고 빠른 성장으로 승부를 걸고자하는 면에서는 비슷하다. 그러나 기반환경이 되는 투자, 기업문화, 구성원 등에서의 차이는 우리에게 헤치고 나아가야 할 짐을 하나 더 등에 지고 가게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렇게 다를까?

먼저 미국에는 창조적 아이디어와 회사의 마케팅 플랜, 인적구성이 주요 요소가 되는 미래가치에 많은 점수를 주는 자세와 분석능력을 풍부하게 지닌 벤쳐 캐피탈들이 있다. 이러한 투자자로부터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들과 비교하여 오직 한 분야에 집중하여 개발, 마케팅 전략을 실천해나갈 수 있을 규모의 투자가 보장된다. 그래서 IBM같은 대형 회사만큼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봉급과 환경, 그리고 위험부담에 대응되는 스톡옵션들이 젊고 패기 있는 도전자들을 모으기에 매력적인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반면 우리의 벤처기업들에게는 관습중심의 전통사회에서 기반한 지라 객관화된 신용가치의 평가능력이 부족한 금융기관에서 유래한 투자기관들이 있다. 그래서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한 벤쳐 기업인들도 문제이긴 하지만, 투자를 하면서 이중, 삼중의 보증을 요구하는 이 나라 투자환경이 위험도 높은 목표에 대한 도전자들에게 또 하나의 어려움으로 다가서 있다.

두 번째, 미국에서는 비록 그 틈새가 작기는 하지만 한 곳의 틈이 늘 존재하고, 틈새를 비집고 채우는 어떠한 제품에 대해서도 탐구자들에게 자신을 던진 결과에 대한 성취감을 주기에 충분한 종적 시장(vertical market)이 있다. 그 시장은 역동성을 가지고 늘 새로이 태어나고, 소멸한다. 이는 벤쳐를 추구하는 수많은 도전자들에게 한 우물만 파도 샘물이 터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꿈을 갖게 한다.

반면, 우리에게는 한 가지 틈새로는 성장에 있어 한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 규모나 깊이 측면에서의 취약성 때문에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복합적으로 반영해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우리 벤쳐 인들이 한 분야에 집중하기가 움직이는 바늘귀에 실을 넣기처럼 어렵다. 이는 누구든지 편법 적이고, 타협적인 방법을 이 분야, 저 분야에 조합해야만 일정 규모이상으로 성장 가능하도록 유도한다. 만약을 대비하여 여러 우물파기를 시도하게 한다. 그러니 깊고 곧은 한가지의 비즈니스 모델이 되기가 어렵고, 기술면이나 아이템 측면에서 취약한 기반구조를 갖게 한다.

세 번째, 미국에서 새로움에 대한 도전의식은 이민국가에서 시작하여, 개척자 정신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차근차근 쌓아놓는 신용과 실력에 최고의 가치기준을 부여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하게 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경향은 전통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인 혈연, 지연을 중심으로 인맥, 학맥에 의존하는 부담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한번 정해지면 평생을 따라 다니는 학력과 혈연중심, 지연중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 땅에서는 그러한 자유로운 개척자의 꿈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 좋은 표현으로 네트웍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지연, 학연, 혈연을 총 동원하여 매달리며 진행되는 마케팅 환경에서 어떻게 건전한 기업문화와 투명경영이 유지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도 이 환경이 싫어 이민 가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윤동주가 읊었던 것처럼, ‘넘어지고 깨어지고라도 가야만 하는’ 우리이기에 앞서 언급한 내용과는 역발상의 방법으로 ‘벤쳐 살아남기 대 작전’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한다.

먼저 되도록 처음부터 투자는 받지 말자는 것이다. 즉, 작은 주머니 돈이라도 책임감 가지고 회사의 모퉁이 돌이 되어 회사가 커나가면서 자기변신을 해 나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십시일반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투자다. 그런 구성원들의 돈은 그들을 회사의 한 구성원으로 고리가 되면서 10배 100배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한다. 회사가 어려움에 이르러 변신을 요구할 때, 그들은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뛰어드는 투자자가 되고, 자원이 된다. 이는 주변 투자환경의 안타까움에 연연하지 않는 내적 역량의 기반이 된다. 그리고 나서, 상장하기 위해 보다 폭넓은 투여가 필요할 때, 결코 빚내는 듯한 마음이 절반이상을 차지하지 않을 때, 선택이 가능할 때 투자자를 만나는 것이 이 환경에서는 적합할 것이다. 그래서 이즈음에 만나는 투자자와의 관계는 WIN-WIN이 되는 대등한 협력자 자세를 보이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두 가지 이상의 아이템을 가져야 한다. 비합리적이지만 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두 분야, 어떻게 보면 한 분야가 될 수 있을 만큼 많은 공통부분이 존재하는, 그러나 다른 쪽으로 전환하여도 엔지니어나 마케팅 담당자가 감당할 수 있는 아이템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자신의 경험과 기술이 녹아들어 한 우물만 팔 수 있으면 좋으련만, 변화무쌍한 우리의 기업현실은 두 우물, 세 우물을 파도록 요구한다. 그래서 변신을 필요할 때, 준비된 다른 우물로 파도록 적응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요구에 대응하는 유연한 연관기술에 대한 바탕이 위기에서 우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세 번째, 인적 네트웍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다. 기업평가 시 투자회사도 회사 책임자의 인적 네트웍이 되는 학력, 경력 등의 배경을 주요 평가요소로 삼고 있다. 그러나 학력, 경력처럼 이미 결정되어버린 정적인 네트웍보다는, 성실성과 적극적 자세의 결과로 새로이 맺어지는 동적인 인적 네트웍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좋은 학벌과 경력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사업과 관련성 있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영인을 많이 본다. 새로이 창조해 가는 인적 네트웍이야말로 활용하여야할 필수요소이고, 평가받을 만한 미래가치이다.

빠른 변화를 좋아하고, 위기극복 능력이 뛰어나며, 집약된 추진력이 특징인 한국인의 성정에 맞는 우리만의 독특한 벤쳐 환경을 이루어나갈 때, 우린 기술 중심의 탄탄한 강중대국(强小大國)을 멀지않은 미래에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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