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벤처 피로감 극복하기

작성일 : 2012년 10월 24일

벤처 피로감 극복하기

벤처회사를 경영하거나 또는 회사의 R&D 부서나 마케팅/사업부에 속한 핵심 멤버로서, 우리는 인적/물적 자원의 제약 속에서도 시급한 개발 일정은 맞추어야 하고, 틈새시장을 찾아내느라 분주한 와중에서도 ‘최소한’의 사업 결과는 리포팅 해야 하고,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새로이 발표되는 경쟁제품에 대한 비교분석 자료 만드는 데 날 밤을 새며 지낸다. 그런데 이 정도만 되어도 좋으련만, 고객에게 데모시연 차 나간 시제품에서 생각지도 못한 낯 부끄러운 버그가 나온다던가,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온갖 실수도 용납하며 몇 년을 키워 이제 조금은 제 몫은 한다고 생각했는데 대우 좋은 회사로 미련없이 옮겨가는 직원을 보거나,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 놓은 제품의 짝퉁이 저가로 이곳저곳 뿌려지는 것을 또한 ‘보너스’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심을 잃지 말자며, 날마다 지속되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내가 이 기술, 이 제품의 마지막 보루라는 자존심 하나로 버텨오는데, 기다리는 그 날은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경쟁기업과의 싸움에서 빈번히 꺾이는 결과가 나오면, 이 길이 맞는 것인가 하는 회의감과 함께 스멀스멀 몰려오는 무력감에 우리는 극도로 피곤한 상황에 빠지곤 한다. 이런 현상이 벤처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나타난다고 하여 ‘벤처 피로감’이라고 부르는데, 벤처 업계에 속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여러 번 겪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피로감은 지위가 높은 리더일수록 더욱 극심하게 겪게 되고, 긴장도가 높을수록 그 강도 또한 크다.
게다가 높은 직위의 리더가 이 피로감을 겪을수록 회사에 파급되는 영향은 치명적이어서 회사에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피하고 싶긴 하지만, 피하기 어려운 이 벤처 피로감을 어떻게 봐야할까? 이 피로감을 느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런 나를, 그런 우리의 이 상황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이는 참을성 없는 우리 인간에게, 감정적이고 이해타산적이기도 한 인간에게 높지 않은 확률의 카드에 올인하여 내 인생을 걸고, 그 결과를 낙관하면서 기다리라고 하는 요구 자체가 논리적으로 모순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방식으로든지 홍역을 치룰 상황은 오기 마련이고, 이 경우가 내게 왔다고 해서 호들갑 떨면서 난리칠 일은 아니다. 이보다는 이런 상황을 인정하고, 이것 또한 거쳐야 할 훈련이라는 생각으로 담담하게 겪어내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자의로 시간과 자원을 집중하여 제한된 시간 동안에 투여하고 있고, 작은 분야일지는 모르지만 한 분야에서 배타적 경쟁력을 갖고자 하는 사업에 내 인생을 던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런 피로감을 느낄 때 즈음,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좀 더 편하고 스트레스 적고,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직종으로 방향을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피해가고자, 포기하고자 하는 내 마음의 소리는 먹음직한 빨간 사과를 공짜로 주겠다는 꼬임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세상에 ‘공짜 점심’을 주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이기면 다른 것도 이길 수 있는 자생력이 스스로 생기지만, 이 상황을 도망가려 하면 더 쉬운 상황에서도 똑같은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약한 감기에도 빈번하게 약을 복용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큰 독감을 치루기에 허약한 체질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계속된 긴장감 속에서 빈번한 성패를 겪으며 빠지게 되는 피로감에 대한 부담을 경영자이든지, 임원/팀장이든지, 아니면 일반 직원 누구라도 당사자 혼자서 짊어지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이보다는 이를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체계화된 치유 시스템(Healing System)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함께 이겨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열린 조직’을 추구하는 것이다. 서로의 개인적인 상황을 열어 놓고 이야기하고, 회사의 상황을 열어놓고 설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알지 못해서 발생되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 서로의 다름이 설명되지 않아서 발생되는 생각이나 사람에 대한 불신, 그리고 공유하지 않아서 놓치는 용납이나 배려의 문제를 넘어설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리더의 솔선수범이다.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회사 내에서 더 많은 기회와 혜택을 받고 있다. 그리고 많은 구성원들로부터 주시의 대상이 된다. 그가 먼저 배려하고, 책임지고, 내려놓는다면, 최소한 그가 속한 조직은 공유하고 있는 비전에 대한 구심점이 탄탄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빈번한 성패에 따르는 좌절과 오랜 기다림에 대한 무력감이 엄습하더라도 이를 이겨 나갈 유대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벤처 기업이 친목단체도 아니고, 헬스클럽이 아닌 바에야, 속도가 빠르진 않더라도 지속적인 회사의 발전과 개인의 성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 피로감을 극복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벤처 기업은 성장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치밀한 자기 분석과 기술 혁신을 멈추지 말아야 하고, 조변석개하는 시장의 상황에 대해 선택해야 하고,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성장을 더불어 공유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극도로 민감하게 다가오는 긴장된 상황에 이른다고 할 때, ‘내가 확실하게 책임질 것이니, 염려하지 말고 소신껏 추진하시오.’ 라고 말할 수 있는 리더가 있고, ‘걱정하지 마세요. 나머지는 제가 해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구성원이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이 피로감이 소화되는 ‘회복 시스템’이 정착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때 우리는 벤처 피로감을 소화하고 이겨낼 수 있다. 그 기업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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