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삼성은 ICT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작성일 : 2014-01-21

삼성은 ICT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드디어 애플을 제쳤다. 삼성에게 있어서 2013년은 스마트폰 판매량 측면이나 태블릿 판매량 측면에서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에서 1위의 위상을 굳건히 한 한 해였다. 늘 2위를 유지하며, 1위 애플의 혁신을 흉내내고 아이디어를 카피한다는 비아냥에 시달리던 과거에서 벗어나 결과로 당당하게 자신들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지난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특허전쟁을 통해, 비교되지 않을 거라던 냉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기술 특허권의 다양성과 내용을 설파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고, 역설적으로 ‘단순 아이디어 특허로 혁신을 가로 막는다’는 논리로 애플을 곤경에 빠지게도 하였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스마트 모바일 제품을 기획하고, 제조, 생산하는 데 이르는 전체 라인을 아우르는 기술과 부품 생산 조직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애플보다 낮은 이익률을 보이고 있고, 제품군의 어느 경우에서도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제시하여 애플의 ‘창조 아이콘’을 넘어선 적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1위 기업을 바라보고 벤치마킹하여 이를 넘어서려는 시도보다, 미 개척지를 바라보며 비전을 제시하여야 하는 선구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은 위기에 빠져있다. 바깥에 있는 우리도 알고 있고, 삼성 자신도 알고 있다. 그래서 또 삼성이 야단이다.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도 하고, 글로벌 ICT 기업들에 대해 M&A 추진설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최소한 국내에서는 가장 좋은 두뇌들의 집합체이고, 투자여유 자금까지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삼성이지만, 자기 공장에서 깔끔하고 정교한 제품을 만들어 팔던 제조업 사장에게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하라고 할 때, 혁신적 발상의 전환이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 한계가 만만치 않음은 이미 이웃 일본 ICT 대기업들의 쇠락의 결과에서 볼 수 있다. 흔히 회자되는 것처럼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따라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창조적 마인드와 역동성이 없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냉정한 현실이, 이제 정점에 올라선 삼성에게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네 중소 벤처가 틈새를 추구하는 데 비해, 삼성은 그 규모나 특성 상, ICT 제품의 패러다임으로 먹고 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커다란 시장을 만들고,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들어 거기서 생성되는 제품군의 패러다임이 창출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기업들과 경쟁하며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기에 패러다임을 만드는 제품군의 한 차례 제시만으로도 몇 억불 이상의 규모로 투자가 진행되어야 하고, 그 사업의 성패는 이 거대기업의 명운을 가리는 것은 물론이요,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삼성은 아직 ICT 분야에서 혁신의 아이콘이 되는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는 이력은 부족하다.

말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까지 애플이 창조적 혁신 제품의 주도자로서 해 왔던 역할에 버금가는 그 무엇을 아직 삼성에게서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구글의 모습은 더군다나 아니다. 아니,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지금 ICT 서비스 분야에서 떠오르는 이웃 일본의 기업, 소프트뱅크의 모습은 가능할까? 이 또한 아니다. 그렇다면 삼성은 어떤 모습으로 변신하여, 어떤 혁신의 모습으로 글로벌 ICT 기업으로 차세대를 준비하고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삼성 앞에 놓여 있는 과제가 무엇인지는 짚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과연 삼성에는 새로운 ICT 패러다임을 겁 없이 주장하고 이끌어 갈 창조적인 젊은 아이디어가 있을까? 아니면 있기는 한데, 이 젊은 아이디어들이 여러 겹의 똑똑한 위계질서 시스템으로 구축된 유리천장을 뚫고 승천하지 못하고 있을까? 자기가 특별히 잘났다고 하는 견고한 지식체계 하에서는 창조적 혁신을 이끌 젊은 아이디어는 싹트기가 너무나도 힘들다. 창조라는 씨앗을 싹틔울 토양이 삼성이라는 거대 조직에 허용되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몇 억불 단위 이상 규모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투자를 감행할 때, 이에 대한 책임성이 너무 크다는 두려움 때문에 삼성의 전문 경영인들은 그 시도를 주저하고 있지는 않은가? 크게 투자하여야 큰 시장을 만들고, 커다란 리스크를 질수록 그 결과로 취할 수 있는 열매는 크다. 더군다나 남이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적극적 투자만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다. 그런데 작은 M&A 투자 결과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임원진 수 십명을 해직하는 분위기로는 아무리 오너보다 똑똑한 전문 경영인이라 하더라도 어렵사리 오른 이 자리를 놓고 모험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삼성은 리스크가 큰 투자 실패에 대한 전문 경영인들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아무리 위대한 삼성전자라고 할지라도, 능력이나 자원의 제약성은 존재한다. 그런데 삼성은 자신의 제약성을 어떻게 확장해 가고 있는가? 경쟁력 있는 주변 자원을 M&A라는 정당한 방법으로 확보하여 신사업에 대한 모자이크를 견고하게 하려는 시도나,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파트너 기업들을 에코시스템이라는 협력체계로 끌어들이는 시도는 얼마나 하고 있는가? 아니면 나 홀로 독야청청이라는 독불장군의 모습으로 New Paradigm을 꿈꾸고 있지는 않는가?

참으로 궁금하다. 삼성은 10년 후 ICT 시장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ICT 벤처 기업으로 커다란 꿈을 꾸면서 날마다 기대감을 키워가는 우리 중소기업, 중견기업에게는 한국에서 시작한 대표적인 글로벌 ICT 기업 삼성은 선망의 대상이자 우리의 ICT 아이콘이다. 그 삼성이 자기 한계를 극복하고 끊임없는 혁신의 주도자로서 애플과 구글을 넘어서서 우리의 미래 비전을 밝혀 줄 위대한 기업이 되길 소망한다.

List
No 제목 Date
72 국산 시스템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개방형이 기회다 2015-03-2
71 CES 2015, 새로운 패러다임 그리고 우리 중기 ICT 2015-03-2
70 나무는 살아있다 2015-03-2
69 잠에서 깨어난 공룡, 중국을 어떻게 접근할까 2015-03-2
68 ICT 기술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돕는 R&D 지원 방안은 있는가? 2015-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