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아픈 이유

작성일 : 2014-05-27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아프다고 한다. 과거 폐 림프암으로 시작하여 호흡기 관련 질환으로 고생하여 왔고, 최근에는 호흡곤란 증세로 심폐 소생술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가족력이 이유라고도 하고, 호흡기 계통의 고질적인 질환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부르고 있다고도 한다. 이유가 어떠하든지, 한국의 삼성을 넘어서서 이제는 세계의 삼성이 된 상황에서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는 세계의 모든 매스컴 뿐만 아니라, IT 업계에서 주의 깊게 살피고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런데, 왜 이건희 회장은 아플까? 단순히 70이 넘은 나이 때문일까? 아니면 선대부터 이어진 집안의 병력 때문일까? 이런 구차한 상상을 하기 이전에, 얼마 전 만났던 삼성의 전 임원진의 말을 옮기고자 한다.

삼성전자에 첫 입사하여 25년 넘게 삼성맨으로 지내왔던 그는 이건희 회장이 2007년 잘 나가던 삼성에 대해, ‘삼성도 주저앉을 수 있다’라는 말로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기업 삼성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시도 멈춘 적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이제는 많은 삼성제품이 세계 1위 제품군으로서 자리매김해 가면서 선두주자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주변의 대단했던 경쟁자들이 꺾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기쁨에 취하기 보다는 갓끈을 더욱 단단히 매야 한다는 비장함, 그리고 삼성이 한국경제 GDP의 20% 가까이 차지하는 현실에서 느끼는 책임감이 그를 한 인간으로서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일반인들에게 질시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항상 젊은이들로부터 존경받는 경제인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아왔던 이건희 회장의 한 단면을 들으면서, 그를 비판적 시각으로 보아왔던 일개 IT 중소기업의 경영인으로서 소박한 동질감을 느꼈다. 비록 그 고민의 깊이나 폭은 다르겠지만, 자나 깨나 스멀스멀 엄습해오는 두려움과 양 어깨를 누르는 책임감으로부터 해방(?)된 적 없음이 그 이유일까? 아니면, 날마다 어떻게 이 회사를 살아남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백발을 넘어서서 탈모까지 빠르게 진행되는 이 외모의 변화가 그 이유일까?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들 즈음, 최근 동시간대에 발생한 세월호의 안타까움을 통해, 책임 질 위치에 있으면서도 책임지려하지 않으며 갑질(?)에만 두 팔 걷어 부쳐왔던 공직자, 기업 대표자들의 행태가 신문지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음을 본다. 누구는 자기가 속한 조직에 대한 책임감과 자신의 위치에 대한 두려움으로 육체의 질병이 깊어가고 있는데, 누구는 자신의 위치에서 누릴 수 있는 것에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그 모습이 우리를 씁쓸하게 하고 있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책임감과 미안함을 느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하는 이들의 마음에 말이다.

그래서 이건희 회장이 아픈 것은 당연하다. 그도 사람이기에 회사가 성장하면 더 성장할수록 더욱 깊어가는 미래에 대한 고민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냉정한 판단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무거워져가는 책임감의 무게가 그의 육체를 자유롭게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는 모를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아무리 똑똑한 이 나라 최고의 엘리트 임원이라도 최후의 한 사람이 아니기에 그 압박감의 강도는 그와 비교하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는 많이 아픈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은 왜 안그러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아프다. 다만 그들의 아픈 모습이 조금씩 다를 뿐이고, 그들의 육체적 상황이 약간씩은 다르기에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신의 특별한 은혜가 있거나, 아니면 그는 진정한 최고 경영자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이건희 회장은 진정한 경영자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이건희 회장의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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