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우리는 다시 광야로 나간다

작성일 : 2011년 3월

우리는 다시 광야로 나간다.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는 없었다.
항상 우리에겐 거친 광야와 적은 양의 물주머니 뿐이었다.
그러나 건너야 하는 광야가 있다는 것이 현실이고,
그 이후에 우리가 다다를 오아시스가 있다는 것을 믿을 뿐이었다.
어제는 늘 보던 새털구름이 먹구름으로 바뀌는 것 같아
가슴 한구석을 설레게 했었다.
하지만 그 회색 구름도 콧등을 적시던 잠깐 동안의 빗방울만 주고 갈 뿐
내가 서 있는 대지를 잠기게 할 빗줄기는 되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 여행에서 뱀에 물린 왼쪽 다리가
가는 빗줄기에도 밤새 나를 뒤척이게 했다.
그러나 나는 아침을 기다릴 침착함조차 잊은 채 작은 고통을 벗 삼아
여명을 맞이했다.

오늘 아침은 여느 때보다 하늘이 시리도록 푸르다.
아마 오늘 한 낮 태양열은
이 거친 땅을 굴러다니는 마른 잎사귀조차 태워버릴 것 같다.
그래도 모래 머금은 바람이지만 어제보단 시원하기에
오늘 행렬을 기대해 본다.
그래서 우린 다시 풍요로운 오아시스를 그리며 사막을 건너려 한다.

그런데 두렵다.
이는 잔인했던 지난 행렬에서 쓰러진 친구의 타 버린 입술이 떠올라서도 아니고
굶주린 늑대 먹잇감 되어 버린 아기 양 사체가 눈가에 선하기 때문도 아니다.
운 좋게 잘 견딘 내 왼쪽다리 걱정이나,
기댈 친구 없는 이번 여행의 허전함 때문은 더군다나 아니다.
이런 두려움에 어떤 친구는 출발 전부터 흐느끼기도 하고,
누구는 오아시스가 없는 게 아닐까 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두렵지는 않다.
진정 두려운 건,
오아시스에 대한 희망을 흩트리는 나약함이
나도 모르게 내 가슴에 스며들까봐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늘은 내가 먼저 쓰러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쓰러질 때 쓰러지더라도 우린 다시 광야로 나간다.
많은 벗들이 건너려 했던 이 광야,
많은 벗들을 사라지게 한 이 광야를 나는 건넌다.
벌서부터 모래 섞인 갈증이 목구멍 깊숙이까지 다가와 있지만,
처음으로 다다를 처녀지 오아시스가 우릴 기다리고 있기에
뜨거운 광야 열기에 먼저 타 버릴지라도
광야 건너 그 오아시스 향해 첫 발길을 내 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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