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우리에게도 스티브 잡스가 가능할까?

작성일 : 2011년 10월 19일

우리에게도 스티브 잡스가 가능할까?

스티브 잡스가 갔다.
어떤 이는 그를 인류의 산업 발전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사람이라 하고, 어떤 이는 그를 최고의 경영자라고 한다. 이는 그가 글로벌 IT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패러다임과 이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소비자 제품군에 혁신적인 접근 방안이 무엇인가를 제시하며 성공에 이르렀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 어떠한 이유를 대더라도, 스티브 잡스는 이 평가를 뛰어넘어서 에디슨이 전기를 발견한 이후, 에니악(Eniac)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더불어 현대 IT 분야에 가장 커다란 족적을 남긴 위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 대해 비웃기라도 하듯, 어떤 이들은 그의 인격적 흠을 이야기한다. 자기 도취적이었던 스티브 잡스, 애플의 창사 멤버들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쫓아냈고, 모순적이었던 스티브 잡스, 10년 간이나 자신의 친딸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독선적이었던 스티브 잡스, 자신과 그의 회사를 위해 헌신했던 사람을 쉽게 버렸다고 했다. 게다가 어디서나 누구에게든지 공격적이고, 자신의 목적과 방향에 맞지 않으면 쉽게 화내고, 모든 미팅과 프로젝트를 그의 주도를 통해서만 이끌려고 한다고 했다.

이를 보면, 그 또한 우리네 같이 결함있는 성격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주변에 많은 이들을 적으로 만드는 사람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의 인격적 흠결이 IT 분야에서 ‘스티브 잡스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은 아니다. 이보다는 이런 부족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분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것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이런 스티브 잡스를 보면서, 우리 IT 생태계의 척박한 환경을 생각하면 씁쓸한 기분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 사회는 스티브 잡스처럼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업가로 하여금 자기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 누군가 아마 안랩이 미국에서 시작되었다면, 시만텍과 겨룰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을 것이라 했다. (반대로 MS가 한국에서 시작되었으면 그렇게 클 수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안철수의 열정과 한 우물을 파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는 사업가적 통찰, 그리고 존경받는 기업을 추구하는 그의 경영 철학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꽃 피웠다면 하는 아쉬움에 따른 이야기일 것이다.
창조적 아이디어가 돌출된 생각으로 폄하되는 사회, 혁신적 시도를 과격으로 몰아버리려는 안정추구 세력이 주도하는 사회에선 틈을 만들 수가 없다.

요즘 삼성이 애플과 비교되며, 특허 전쟁으로 떠들썩하다. 그러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차별성과 제조기술에서 시작한 차별성을 가지고 서로의 우위를 재는 행위가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제조업체 삼성이 애플이 될 수 있을까? 현실에선 애플이 삼성을 ‘을’로 두고, 자신의 창조적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해 간다. 차이점은 여기에 있다. 제조업적 절차에 익숙한 시스템 지향의 이 사회는 파격과 융합, 그리고 편의를 기술로 창조해서 사업을 추구하는 가치의 의미와 파괴력을 평가할 능력이 부족하다. 거기서는 스티브 잡스가 자랄 수 없다.

또한 그처럼 이런 저런 이유로 실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이 사회는 주고 있는가? 이 사회에서는 작은 구멍가게도 한번 실패하면,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어 다시 시작할 기회를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있다. 게다가 본인들에게 신용평가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 책임을 고객에게 전가시키는 은행의(또는 벤처 캐피탈에서도 비일비재한) 연대 보증 제도로 인해, 한 사업가의 실패가 본인 뿐만 아니라 패가망신하게 만드는 기업 환경이 이 사회에 존재한다.
여기서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것은 과욕이 아닐까?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를 픽사 직원들이 데모하지 않고 받아들였던 것이, 이 사회라면 가능했을까? 그 픽사조차 위기에 몰렸을 때, 로스페로나 캐논이 스티브 잡스에 재투자하는 것이 이 사회라면 가능했을까?

우린 가까이서 황우석을 본다. 우리 역사상 첨단 의학기술로서 현대의 어떠 국내 의학자도 이루지 못한 줄기세포 분야에서의 업적을 수의학자인 그가 이루었다. 그러나 과욕의 결과로 잘못을 했고 그는 실패했다. 그러자 이 사회는 흔히 식자라고 하던 부류들-그의 성공을 배아파 했던 기득권층과 저급한 가십거리에만 관심 많던 삼류언론들-에 의해 그는 일방적으로 매도당했다. 우리네 또한 그의 의미와 가치를 잘못과 구분하여 말하기 보다는 연못 속 개구리에게 하듯 돌 던지기하며 부화뇌동했다. 그 결과 세계적 기술을 선도하며 몇년이나 앞서 있었다는 줄기세포 분야에서의 황우석의 기술과 경험, 기회는 사장되고 말았다. (다만 그 스스로의 노력으로 거북이처럼 조금씩 전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사이 줄기세포 분야에서 우리보다 뒤떨어져 있던 몇몇 경쟁국의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는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이 사회는 인격적인 결함, 실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탁월함이 있을 때 그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할 능력이 있는가?

스티브 잡스는 그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회에서 태어났다. 그는 불운하다면 불운하다고 할 수 있는 안타까운 가정적 배경을 가지고 자랐고, 수월치 않았던 성격적 유별남으로 인해 ‘마이너리티’로 머물러 사회적 문제아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 배경을 벗어나고자 하는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실천이 있었고, 그의 창조적 아이디어에서 기반한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전자 친화적인 사회적 환경’이 그의 성공가도에 있었다. 우린 이 나라에서도 스티브 잡스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 나라에서 창조적 아이디어로 꿈을 이루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가능성을 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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