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3월 02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이 한국 교회와 사회에 주는 숙제

작성일자 : 214-08-20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이 한국 교회와 사회에 주는 숙제

최초의 아르헨티나 출신 신부로서 교황에 오르고 그것도 전임 교황의 사임으로 인해 이례적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갔다. 권위적이고 전통적인 천주교 수장들의 모습에 익숙했던 이들에게, 서민적이면서도 강한 자에게 바른 말을 하며 약한 이들을 섬기는 그의 모습은 기독교인들 뿐만 아니라 많은 비기독교인들에게까지 신선한 감동을 넘어서서, 자신의 삶을 다시금 겸허하게 되새겨 보게 하는 충격이었다.

 

그런데 이런 교황을 두고 개신교계에서는 이런 저런 말이 많다. 그의 모습에 위선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해 봐야한다는 단순한 언급에서부터, 천주교는 기독교가 아니다 라는 지적에 이르기까지, 아니 더 나아가서 비기독교인은 알지도 못하는 용어인 ‘적그리스도’다 라는 말까지 난무했다. 그리고 이런 언급들이 모두 교회 지도자들의 입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한쪽에선 교황의 파격적인 행보에 대해 연일 기사화하느라 난리이고, 다른 한쪽에선 이를 못마땅해 하는 눈흘김이 가득했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천주교회에 다니지 않고 개신교회에 다니는, 그리고 약간은 보수적인 신앙관을 가진 평신도로서 이번 교황의 방문이 큰 관심은 아니었지만, 낮은 데로 임하는 그의 모습 때문에 설레임을 가지고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그의 모습에 위선이 숨어있는지, 아니면 매일 정통을 부르짖는 데 입술 부르튼 이들의 주장처럼 정통 기독교의 방향을 왜곡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 이단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의 모습엔 분명 하나님의 가르침을 닮아가고자 하는 몸부림이 있고, 그것을 우리는 좋은 마음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신, 구교를 망라한 기독교 평신도들은 세상을 향해 있는 자신의 삶에 도전을 받고 있고, 비기독교인은 그의 모습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힌트를 얻고 있다.

 

중세 이후 천주교 지도력이 권력화되면서 많은 폐단이 있어 왔고, 부패한 모습이 드러나면서 비판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아직도 마피아와의 연루설에서부터 많은 천주교회 지도자들의 일탈, 그리고 비기독교적인 행보들까지 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그렇지만 이는 그들의 숙제이고, 지금 그 극복의 시발점으로 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은 그의 모습이 우리에게 실망을 주기보다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천주교는 그 정도라고 치고, 현재의 개신교는 어떤가? 다행히 한 사람만을 타겟으로 삼을 탁월한 지도자가 없긴 하지만, 연일 미디어를 메우는 대표 선수급 대형교회 지도자들의 이익에 대한 집착과 다툼, 그리고 그들의 부패한 행보와 내려놓지도 섬기지도 않으면서 군림하고자 하는 욕심 가득함이 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내려놓음은 내려놓아야만 하는 것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지 않아도 되는 것을 먼저 내려놓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은 목회 사례비는 봉급이 아니라는 논리로 세금 문제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대형교회들은 아름다운 성전을 건축하고, 담임목사를 하나님처럼 섬기는 데에는 심혈을 기울이면서, 헐벗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구제의 몫엔 인색하다. 최근 우리는 아픔 가득한 희생자 가족들이나 피해자를 위로하고 그들에게 힘이 되기보다는, 가진 자들을 축복하고 그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데 더 분주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 회개는 없이 핑계만 있고, 희생은 없이 욕심만 가득하며, 향기는 없이 냄새만 있다.

 

다행히도 많은 평신도 기독교인들이 이들을 보고 신앙을 가진 것이 아닌지라 견디고는 있지만, 비기독교인들에게는 빛과 소금의 역할이 아닌 어둡고 부끄러운 모습만이 그대로 도드라져, 세상을 향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설파하기에 역부족임을 느낀다. 세상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 보다, 보이는 기독교인들과 영향력 있는 그 지도자들을 보며 기독교를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회는 어떤가? 그나마 자신을 날마다 되돌아보게 하는 가르침이 일반화 된 교회는 자신의 행동과 사고에 대해 자정 역할을 하는 예배/기도 시간들이 있는데 반해, 이 사회라는 공동체는 상식과 그보다 아주 수위가 약한 도덕, 더 약한 법의 테두리만이 있다. 그나마 많은 지도자급 인사들은 이러한 것도 자신의 삶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특권 속에 살고 있지만 말이다. 그 일례로 입각을 앞둔 어느 지도자급 인사도 부동산 투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 또한 최근 한국 지도자 그 누구도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위안부 할머니들께 감동을 주는 만남을 선사한 적이 없음을 보고 있다.

 

어떻게 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우리가 생각하는 섬기는 종교 지도자의 당연한 모습이고, 사회 공동체 지도자의 상식적인 모습이다. 이 당연함이 특별하게 보이는 이 사회가 이상한 세상이고, 현재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깨닫기 보다는 다른 이유를 대며 그 본질을 흐리는 데 급급한 현재 기독교계가 왜곡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떠나는 교황의 뒷자락까지도 은은한 향기를 남기는 것을 보며, 여기서도 저기서도 비겁하고 부끄러움에 자유롭지 못한 홍진에 무친 모습 지우려 이 밤 구리 거울을 닦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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