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혼돈의 늪 속에서 미래를

작성일 : 2008년 8월

혼돈의 늪 속에서 미래를

참으로 암담한 현실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새로운 선진모델의 정착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때에 여러 경제지표부터 시작하여 사회적 분위기에 이르기 까지 부정적인 내용들이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에 국내 정보통신 분야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IT벤처 업계는 그야말로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왜 우리에게 안타까운 현실이 다가오고 있는가.

먼저 우리 경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주변 제국들의 경제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에서 드러나기 시작한 금융 위기의 확산은 소비시장의 침체 및 신 사업 투자 부진을 초래하였다. 이는 완충장치 없이 그대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쳐, 수출지표 상에서는 우리 IT제품의 판매 부진으로 연결되고, 신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도 급격하게 경직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 또한 고성장, 저 인플레이션의 부정적인 결과들이 주식시장부터 시작하여 여러 경제 분야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올림픽 이후 불거질 것이라 예상되는 여러 후유증들이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든 염려스런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 일본을 비롯한 유럽제국으로 대표되는 우리 수출시장의 지속적인 경기 선행지수 하락은 올 하반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우리에게 밝지 않은 전망을 예측하게 한다.

그리고 IT벤처 기업들에게 항상 중요한 과제이긴 하지만, 좋은 IT엔지니어의 수급 또한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여러 해 동안 교육/훈련을 통해 양성되는 IT엔지니어의 특성상, 대학에서부터의 기본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컴퓨터, 전기전자, 정보통신학과의 인기는 갈수록 하락하여 그 선호도가 떨어지고, 젊은 이공학도들 조차 깊이 있는 경험 축적을 위해 연구실험실에서 불을 밝히는 것을 회피한다.

그래서 IT 업계 입사 후 자기 역할을 감당하기까지는 2~3년의 실무 트레이닝 기간이 필요하고, 이는 그대로 중소 IT벤처에 비용으로 부담되고 있다.

게다가 관리 효율적이라는 미명 아래 대형 SI업체에 일괄적으로 주어지는 발주 체제와 다단계 SI사업구조는 중소 IT솔루션 업체들의 수익성을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다. 반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IT엔지니어들의 임금 상승은 가뜩이나 지방질 없는 체격인 중소 IT기업에 더 많은 다이어트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중소 IT벤처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젊은 대졸자들은 취업난에 신음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정부가 바뀌면서 현재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의 새 판짜기 또한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갑작스런 정책 방향의 변경은 IT기술 경쟁에서의 우리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속도와 역동성을 저하시켜 IT경쟁국들에게 우리를 뛰어 넘거나, 더 멀리 도망갈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만들어 주고 있다. 더군다나 대내적으로 지난 10여 년간 추진되어 온 다양한 정책 및 사업의 실천이 지지부진하고 향후 신정부의 IT정책 실천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그 변동의 파고를 잘 소화할 체질이 못 되는 중소 IT업체는 커다란 위험을 안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 IT 벤처기업들은 지금 혼돈의 늪 속에 허우적대고 있다. IT중소 벤처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은 한계상황에 다다른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역발상의 사고로 그 타개책을 찾아봄이 어떨까 한다.

마치 바닥을 확인하고자 하는 주식시장처럼, 우리의 기술력이 선진국의 그것과 격차가 존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의 시스템에 아직 버블이 존재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만약, 그렇다면 더 처절하게 깨어지고 허우적대야 할 상황을 맛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깨질 부분이 모두 확인되고, 이를 감내할 수 있을 때에야 그 다음이 기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상황이 어떠하든지 IT벤처는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무엇을 지원해주니까 가는 것도 아니고, 국제환경이 좋아야 가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물적 자원보다는 인적자원이 풍부한 이 나라이기 때문이다. 국내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나라에서 기술 기반 제품들을 수출하는 것이 우리를 더욱 부강하게 만드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새로운 것에 대한 집착이 어느 민족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주변에 우리보다 큰 시장을 가지고 있고 우리보다 잘난 IT제품을 가지고 있어 비교해보기 좋은 나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커다란 이유는 이제는 2등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IT시장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수양제 앞에서 을지문덕이 그러했듯이, 왜국 수군들 앞에서 이순신이 그러했듯이, 이등박문 앞에서 안중근이 그러했듯이, 필살의 몸부림으로 용기와 지혜를 모아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것은 인내로 감수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구리거울을 닦으며 준비해야 한다. 그 때에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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