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휴맥스 변대규의 도전과 극복을 보며

작성일 : 2009년 8월

휴맥스 변대규의 도전과 극복을 보며

지난 해 두 차례에 걸쳐 한국 벤처기업 CEO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휴맥스 변대규사장의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그 후 시간이 지나서야 그의 메시지를 다시금 정리하고 살펴보는 것은 그의 도전과 휴맥스가 지향하는 목표를 보며, 우리 IT벤처가 추구하고 있는 목표가 시대의 응전이나 변화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자리매김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휴맥스는 89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박사출신 여럿이 창사하여, 오늘날 1조 원 넘는 매출을 일으키고 있어 한국 벤처 업계에서 여러모로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모범적인 기술집약적 회사다. 이 휴맥스의 변사장의 강연 모습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는 동안 많은 경험도 있겠지만, 첫 인상에서 우러나오는 부드러움으로 인해 두 번 모두 몰입하게 만들었다. 변 사장은 ‘IT 벤처’, 특히 기술집약적이라고 하는 엔지니어 중심의 회사에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가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 첫 번째 착오는 사업분야를 잘못 선택한다는 것이다. 시장을 이해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흔히 엔지니어 창업자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자신의 머리를 뒤져서 생각의 조합을 통해 아이템을 잡는다는 것이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고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경시한다. 처음에는 기술용역을 하며 그 경험과 얻은 지식으로 아이템을 잡기도 하지만, 이는 시장에 물어본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시장에서 사업기회를 발견해야 하는데, 휴맥스는 이를 발견하는데 5년에서 7년이 걸렸다. 이처럼 많은 벤처들이 시장에서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 좌충우돌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이 경우 내부 멤버들은 고달픈 상황이 된다.

둘째, 돈을 확보하고 다루는데 실수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매출이 증가할수록 자금이 더욱 부족한 상황이 된다. 예를 들어 인력측면에서 볼 때, 매출이 증가하면 내부적으로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인력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러나게 된다. 여기서 증가하는 매출, 정확히 이익과 비용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필요보다 많은 인력을 필요보다 너무 성급하게 확보함으로 인해 그 이익비율을 낮추게 된다. 또한, 필요할 때 확보해야 하는 돈의 수급과 사용을 식견을 가지고 전문적으로 다루는 재무담당자가 없어 결정이 필요한 시점과 규모에 많은 착오를 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경영팀의 부재가 커다란 문제라는 것이다. 처음에 경영 전문가들이 모인 것이 아니고, 엔지니어들 중 감각이 있는 사람, 가장 윗사람 또는 투자를 많이 한 사람이 경영자로 나서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인데, 이런 CEO 혼자서 커져가는 조직을 관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내부적으로 회사에 대한 충성도나 능력을 고려하여 사람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나 어떠하든지 지속적인 전문 경영 인력의 준비와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교훈은 사업 분야를 결정함에 있어,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가 있는 곳에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사업기회가 있다. 변화가 올 때, 기성 기업체는 그 몸체를 바꾸어야 하므로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작하는 몸집이 가벼운 기업은 이 변화에 쉽게 올라 탈 수 있다. 최근 디지털 가전분야로 휴맥스가 뛰어들었는데, 기존의 가전업체들은 아날로그 분야인 ‘가전’ 부분에 많은 경험과 기술이 축적되어 있으나 디지털과 연관시켜 디지털 가전분야로 변화에 올라타는데 힘들었다. 그래서 인켈같은 경우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5~6년 전에는 휴맥스와 비교도 안되는 브랜드 인지도와 규모를 가진 회사였으나 지금은 그 관계가 역전되었다. 시작하는 벤처는 변화하는 시장을 봐야 한다. 매일 시장은 변한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96년 3개월간 휴맥스는 셋톱박스를 100억 수출하였다. 그런데 97년 그 중 절반이 불량품으로 돌아왔고, 그 한 해 동안 이를 해결하는데 시간을 다 보냈다. 다행히 98년 1월 새로이 개발한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하여 그 위기를 넘겼지만 97년 문을 닫을 상황까지 왔었다. 내가 기술이 있다고 하나 그 기술은 상대적이고 부족하다는 것을 생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를 던져야 한다.

휴맥스는 이러한 교훈으로부터 얻은 올바른 결정이 있었다. 휴맥스가 셋톱박스 시장에 진출했을 때, 이미 Major 업체들이 있었고, 그들 간에도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휴맥스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이를 위해 적은 주문에도 응했고, 단가를 낮추고 현지화를 위해 현지에 공장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이익도 중요하지만, 자사 brand image를 세우는데 주의를 기울였다. 그 결과 휴맥스는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는 틈새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더불어 틈새시장을 키워가기도 했다.

크고 탄탄한 시장은 대규모 투자와 막강한 기술인력, 좋은 영업자원을 갖춘 대기업이 가져간다. 갈수록 이 추세가 더 심화되어간다. 따라서 벤처는 뒷골목을 뒤지고 다녀야 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TV’ 분야는 S/W, 반도체, 네트웍 기술이 종합적으로 융합되어야 한다. TV 업체들 중 기존의 Sony같은 일본 회사들은 모든 분야에서 균형 있는 자체기술 또는 파트너가 있어야 하기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런데 한국 상황은 이들 부분에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이 디지털 TV에 뛰어들고 있다. 휴맥스도 하고 있다. 그런데 휴맥스는 이중 틈새만 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휴맥스 변대규 사장의 도전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먼저 시장에서 일어나는 큰 변화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틈새시장(뒷골목)에 자리 잡으라는 것이다. 이 변화에 올라타기 위해 내 변화를 추진하고, 내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휴맥스는 이미 major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는 미국에 뛰어들지 않고, 소량주문과 다양한 요구가 기본인지라 대기업 측면에서 공략이 쉽지 않은 유럽에서 기반잡고, 그 후에 미국과 일본으로 갔다. 그리고 제품을 늘리지 않고, 시장을 넓혔다. 이는 한 제품에서 끝을 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인력과 자금 등의 자원이 취약한 현실을 고려해 집중력을 가지고 추진했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순간순간 다가오는 어려움을 휴맥스가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휴맥스는 이런 어려움가운데 축적된 에너지가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핵심인력이 유지되었고, 이들의 역량은 발전되어 갔다. 벤처의 성공은 돈에 있는 것도, 뛰어난 기술에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하나된 의지와 이 의지를 가지고 한 곳에서 부단히 발전해 가는 인력자원이 있어야 한다.

둘째 작은 창업기업의 리더쉽이다. 작은 창업기업의 CEO는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직원들은 6개월만 같이 일하면 사장의 본심을 안다. 사장이 직원들에게 신뢰를 심어줄 때, 직원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직장과 일에 헌신하게 된다. 사장이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산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휴맥스의 변 사장은 이러한 처음의 순수한 창업정신을 유지하고, 직원들에게 보여주었다.

셋째, 회사가 성장할수록 이에 따른 변화된 조직관리가 있었다. 처음엔 한솥밥 먹으며 고생했던 인력들에, 회사가 성장하여 감에 따라 새로이 합류하게 되는 직원들과 회사에 대해 느끼는 공동체 의식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나는 매일 밤새며 일 했는데, 아무개는 나보다 늦게 입사해 더 많은 해택을 누리며, 느슨하게 일한다고 느끼게 될 수 있다. 이 때, 자신의 회사, 일에 대한 공동체의식이 희석되고, 회사나 조직에 대한 애정이 식게 되고, 처음에 가졌던 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상실되게 된다. 휴맥스는 이를 단계적으로 설득하고, 설명하며 차이를 줄이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극복해 갔다. 이러한 휴맥스의 도전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도전하는 우리에게 녹녹하지 않은 시대의 응전이 지속적으로 우리 앞에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변화를 읽으며 흐트러지지 않는 도전자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 때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 나를 새로운 방식으로 혁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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