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TV 오디션이 IT에 주는 힌트

작성일 : 2012-12-26

TV 오디션이 IT에 주는 힌트

올해는 온갖 오디션 프로그램에 TV가 몸살이었다. 신인가수를 TV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로 진행하는 오디션에서 시작하여, 기성가수나 젊은 가수들의 서바이벌 오디션, 그리고 이전에 가수활동을 하다가 부활하고자 하는 재기 오디션에 이르기까지 TV가 온통 이런 저런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홍수를 이뤘다. 처음엔 청소년들을 열광하게 하여, 지난 밤 프로를 보지 않으면 학교에서 왕따 당한다고 까지 하였다. 그러더니 다음엔 청년층과 장년층에 이르는 연령대를 TV앞에 불러들여서, 다음날 점심시간의 이야기 주제가 되기도 하였고, 이는 최근 뜨기 시작한 한류의 영향으로 외국에서도 방송국 사이트나 유튜브를 통해 퍼지는 인기 프로그램이 되기도 했다.

이 한 해 동안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하며, 참가자들의 노래를 즐기노라면, 그 출연자 실력에서 느끼게 되는 흥미도 흥미려니와, 그들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의 평이나 일반 관객과 시청자들이 주는 반응이 내게 더 커다란 재미를 주었다. 이전에 출연자가 노래하고, 채점자가 단순히 점수를 매기고, 방송사가 선발하는, 그리고 타성에 젖은 소감을 듣는 따분한 프로그램과는 달랐다. 중간 중간 심사위원의 지적과 느낌에 공감하며, 다음 단계 진출자가 보완된 능력을 보여주는 것에 놀라워하며, 마치 내가 참가자이자, 심사자이고, 시청자가 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하며 즐기노라면, 한 치도 흐트러짐 없이 항상 언급하는 심사위원들의 평에서 어떤 한 방향성이 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이 바닥에서 수 십 년간 경험을 쌓으며, 흥망성쇠를 겪어 지금에 이른 다양한 성향의 가수, 제작자, 작곡가로서 그들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때론 그들의 음악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의 대상인 관객이자 시청자로서의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으로서의 고언이기도 했다. 색깔은 다르고 취향도 달라 선호도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참가자가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아니 성공하기 위해 명심하고 극복해야 할 한계와 현 상황을 일관되게 지적하고, 조언하며, 주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조언들에 때론 놀라고, 공감하면서, 단순히 재미있는 평이 아니라 IT벤쳐에 종사하는 우리에게 IT가 갖추어야 할 방향성에 대한 힌트를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첫 번째는 기본기에 충실한 완전성이다. 그들은 음악적 기본기에서 나오는 가창력과 곡의 이해도에서 나오는 표현능력이라고 한다. 어떤 참가자는 높은 음역 대까지도 부드럽게 구사하지만, 어떤 이는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표현의 강약과 음의 부드러운 이어짐을 통해 그의 음악적 기본 재능과 몰입도를 보여준다. 거기서 심사위원들은 그 초보 참가자의 향후 발전성과 다양한 적응능력을 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여기서 IT에게 주는 힌트는 무엇일까? 비록 다양한 기능은 제공하지 않더라도, 또한 다른 제품이 가진 강점이 우리제품에선 약점이 되더라도, 내 장점을 살린 기본 기능을 충실하게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향후 ‘upgrade’라는 이름으로 기능은 계속 보완되어 완벽해 질 것이고, ‘innovation’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요구가 반영된 기능으로 확장되어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차별적 매력을 갖춘 스타성이다. 어떤 참가자는 허스키한 음색으로 감성적인 음악을 표현하는데 강점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이는 파워풀한 목소리를 통해 감동을 주고, 누구의 소울적 흐느낌은 우리로 하여금 가사 내용을 몰라도 슬픔에 빠지게 만든다. 이는 그만이 가진 매력이고, 또한 그 영역에서의 스타성이다. 기본기에 충실한 수많은 가수들이 있었지만 성공한 스타는 소수인 현실에 비추어 심사위원들이 이에 목매는 이유는 당연한 바램이 아닌가 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에 비해 기본이 충실한 노키아폰이 소수로 전락되고, 나름 매력 있다는 블루베리폰의 흥망이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주요한 이유는 사용자에게 다가서는 매력을 읽고, 그 매력을 자신만의 강점을 가진 기능으로 제공하는 능력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소비자 IT제품을 계획하고, 개발/생산, 출시하면서 내 제품이 주는 매력은 무엇일까? 우린 그 매력을 기능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는가? 비록 ‘all-in-one’은 아니지만, 이것 때문에 선호한다고 주장할 그 무엇을 우린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n개중의 하나인 그저 그런 짝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린 내 제품만의 매력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그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퍼포먼스다. 이는 내 것을 어떻게 나타내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참가자는 댄스와 곁들여서, 어떤 이는 외모나 무대의 꾸밈을 통해서 자신의 노래와 그 만의 매력을 한 방향으로 집중하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모두 댄스 가수일 수도, 모두 록 가수일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내가 댄스 가수로서의 강점이 있으면, 시선을 사로잡는 댄스를 구가하며 내 음악을 차별적으로 보일 수 있는 퍼포먼스가 필요하고, 그 방향으로 관객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도록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 제품의 강점을 선호하는 고객 군에 드러내 어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마케팅 방식이 필요하다. 애플의 디자인 마케팅에서 잘 보아왔듯이, 별로 특이한 기능이 아닌 걸로 여겨졌지만 손가락 두 개로 화면을 확대 축소하는 것을 강점으로 어필한 것이나, 자유로이 앱을 내 폰에서 다운받아 사용하게 한다는 강점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접근은 스마트폰 시장의 취향까지도 바꿔버린 시도가 아닐까 한다.

비록 음악이든지 IT이든지 그 분야는 다르지만 대상은 동일하게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로부터의 흥미유발은 ‘완벽, 다름, 공감’ 등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내 것을 어떻게, 잘 나타내고, 인정받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가에 대한 노력과 능력은 동일하다. 다만, 지금은 그날을 위해 그 목표를 위해 고민하고, 실패하고, 극복하는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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