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IT 엔지니어에게 희망을 주는 회사

작성일 : 2010년 8월

IT 엔지니어에게 희망을 주는 회사

3D 업종이 아니라 거기에 하나 더해 4D업종이 있다고 하는데, 그 네 번째 업종이 IT 엔지니어라고 한다. 특히 중소 IT기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의 경우, 지속되는 야근이 당연시되고 있고, 늦게까지 일해도 야근수당도 변변치 않다. 게다가 몇몇 잘나가는 대형 게임포탈 등에서 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연배의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친구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때문에, 연봉 이야기하다가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이것도 젊었을 때 이야기다. 나이가 들어 고참 엔지니어가 되어 감에 따라 회사에서 요구하는 수준이나 내용을 고려해볼 때, 역할의 변화 없이 살아남기가 또한 쉽지 않다. 따라서 일의 노예가 되어 간다든가, 가장 고달픈 직종이라든가, 또는 내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직업군이라고 까지 한다. 대부분 수긍이 가고, 또한 옳은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자발적으로, 재미있게 IT 엔지니어로서 자부심을 가지며 일할 수 있게 할까 하는 주제가 IT 기업 경영자들의 심각한 고민상항이다. 그 중 주류를 이루는 이야기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함께 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좋은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은 여기에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 열정을 이끌어내는 과제나 비전이 좋다고 하지만, 칭찬과 존중과 경청의 자세로 대하여야 한다고 하지만, 항상 연애하는 심정으로 살수는 없는 현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떤 회사에서든지, 직장생활이 항상 만남에 설레이는 연애생활이라기 보다는, 볼 것 못 볼 것 다 보면서 현실 속에서 사는 결혼생활과 흡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여기에 재정적으로 열악한 대부분의 IT 중소기업의 경우, 그 경쟁력이 취약하고, 시장상황이 가변적이어서 항상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최우선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무리 용기와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IT엔지니어들의 고민을 쾌도난마 하듯이 일거에 만족시키는 경영자의 결단이 드문 것이 또한 현실이다. 물론 잘나가면서도 이를 고민하지 않고, 나누지 않는 이들이 언론지상을 장식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는 성장이 우선이냐 또는 분배가 우선이냐의 경우에서처럼 택일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함과 같다. 그래서, 당장 충분조건을 세울 수는 없더라도 타당한 필요조건을 반드시 세워야 하고, 점차 충분조건으로 이동되어가는 과정에서 이해와 협력으로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 산업인 IT 산업분야에서 그 근간이 되는 IT 엔지니어의 자발적 헌신과 정열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선 회사의 가치 상승이 개인의 가치상승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직원 개인의 연봉상승이나 후생복지 개선이 물론 쉽게 와 닿는 결과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각 개인, 자신의 가치가 오르게 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어느 정도의 엔지니어인지, 지난 해 보다 어느 정도 나의 기술력이 발전되었는지를 정량적 그리고 정성적으로 시스템화하여 알게 해야 한다. 엔지니어들은 자신이 이 회사를 통해 발전해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면, 우린 현재의 미흡한 환경일지라도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이 이 회사에서 소비되는 대상이고, 날이 갈수록 비워간다고 느끼게 된다면, 비록 외형적 대우가 넉넉하더라도 결코 회사에 애정과 열정으로 헌신하지 않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개발과 이를 위한 기획 과정에서 인격적으로 동행하는 협의 관계를 추구해야한다. 일반적으로 IT 엔지니어들은 자기 기술력에 대해 자부심이 강하고, 또한 이에 대해 논할 때 자존심을 강하게 드러낸다. 그렇다고 유아독존식 폐쇄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흐름이나 기술방향에 대해서는 항상 탐구자의 자세로 흥미로워하며, 이성적으로 인정되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매우 합리적이고 또한 논리적이다. 그런데 많은 회사들의 경우, 팀 단위의 개발구조를 매마른 기계구조로 유지함이 일반적이다. 인격적이기 보다는 기계적으로 IT엔지니어들과의 상하 좌우관계를 만들어간다. 그러나 어떤 조직이든 사람이 일을 하고, 감성을 가진 사람이 주체가 되는 바 인격적 관계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회사는 IT 엔지니어들이 고민하여 제시하는 기술적 아이디어들이 기계적이 아닌 인격적 토론을 통해 상호 동의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서로 다른 능력이 조화를 이루어 인정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회사 내에서 자신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게 되고, 서로의 꿈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상호 멘토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이때 엔지니어는 그 공동체 내에서 자신의 존재의식과 더불어 의미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열린 경영이라고 일컫는 개방성을 통해 젊고, 역량있는 IT엔지니어들이 참여하고 책임지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회사가 친목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이 중요하고, 또한 드러내지 않아야 할 부분도 있다. 회사가 항상 잘되고 있는 상황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일반 엔지니어에게 경영상 많은 부분을 알린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회사 상황을 개방하여 알리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내 회사임을 알도록 하는 것이다. 나로 인해 회사가 발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때의 기본 원칙, ‘부담되는 부분은 상위 책임자 일수록 먼저, 그리고 혜택이 되는 부분은 하위자가 먼저’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가장의 역할을 하듯, 자기 팀 내에서, 조직 내에서 위치와 역할에 맞게 배려하고 책임지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연애기간과 다르게 결혼 생활이 항상 흥미롭고 설레이지는 않을 수 있고,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은 또한 의미없다. 이처럼 현재의 어려움을 참고 기다릴 수 있다. 그러나 그 기다림이 의미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 의미를 주는 회사, 주려고 노력하는 회사가 희망있는 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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