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오늘의 日本 위기를 보며, 우리 IT 벤처가 가야할 길은?

작성일 : 2012년 2월 21일

요즈음 일본 위기설에 난리다. 엔고로 인한 경쟁력 저하,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한 신 IT기술의 부족, 거기다가 엎친 데 덮친격으로 동북부지역의 쓰나미와 그 여파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여러 가지로 복합적인 이유로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한 때 미국을 초월할지도 모른다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떠오르던 모습은 어디 가고, 유럽 금융위기의 다음 차례라고 까지 언급되고 있으니, 1조1천억달러 넘는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어 중국 다음으로 많은 외화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런 말을 듣는 일본 국민이나 기업이 느끼고 있을 굴욕감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듯 싶다.

그러나 이런 전반적인 경제상황은 제쳐두고라도, 오늘의 일본 IT 모습은 어떤가? 전통적인 IT분야라고 일컬어지던 가전분야는 배타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시절이 언젠가 할 정도로 이미 쇠락의 길을 걷고 있고, 고급기술이면서도 매년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반도체분야는 그 사활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현재 hot issue인 스마트 모바일 및 관련 솔루션에서의 그림도 미흡하다. 왜 그럴까? 복합적인 경제 시스템과 시장상황 등을 분석한 이유와 처방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미래를 향해 가야 하는 우리 IT 벤처기업 입장에서, 일본의 IT를 보며, 현재의 위기를 보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먼저 일본 IT는 기업구조 측면에서는 시스템화 잘 이루어진, 안정적인 IT 대기업이 많다. 그리고 이런 대기업 중심의 산업형태와 기술 로드맵이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우수한 IT인재들도 이런 분야에 관심이 집중되어 양성되고 있고, 그 IT 대기업들로 간다. 그런데 이 대기업들은 생산성은 좋을지 모르나, 느리다. 대규모 시장이 이미 확보되어 있고, 체계적인 대규모 투자와 점진적 개선과정을 거치는 산업분야라면 모를까, 급격한 시장 규모의 변화를 읽으면서, 빠른 대처로 제품기술 개발, 그리고 마케팅 하기에는 쉽지 않다. 애플보다 더 빠르게 게임기로 성공한 닌텐도가 다음의 도약 기회를 놓치고, 혁신을 주도하지 못한 이유가 한 예가 되고 있다.

일본, 기초기술 분야에서의 신기술 개발이 뛰어나다. 그러나 사용자 친화적인 미래 IT기술 분야에선, 창조적 신기술 개발보다는 기존 기술을 채택하고 응용 개선하는데 집중되어, 여기에서만 강점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미디어 컨텐츠 기반 SW기술이나 그 사업화에 취약하다. 창의적인 교육과 이렇게 양성된 인재들이 활개 칠 수 있는 사업적 기회가 부족하다. 물론 기초기술의 기술력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이나, IT 기술력 측면에서 갈수록 SW측면의 중요성이 더 급격한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고려할 때, 분명히 그 취약성을 심하게 드러내고 있다. MS 워드와 경쟁하는 우리 ‘한글 워드프로세서’도 힘겹게 지탱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이미 그 싹이 시들어 버렸다.

그리고 ‘IT 벤처지수’측면에서 보면, 신속하게 변화되는 IT기술 개발과 상용화, 그리고 모험을 감수하는 벤처 기업의 흥망성쇠가 일본의 경우는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또한 이를 위한 정부정책 측면에서의 지원 프로그램, 새로운 IT기술 기반 벤처사업을 시도하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IT기업 간의 상호 기술협력 및 사업 추진체계가 미흡하다. 지속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기업간 상호 협력, 차별성이 있으면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여 시기 적절하게 출시하고자 하는 치열한 경쟁, 그리고 더 커다란 시장을 창출하고 탄탄한 기업을 일구기 위한 적극적인 M&A가 또한 미흡하다. 그렇다고 IT기술 기반 중소기업으로 시작해서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가 이 사회적 풍토에서 쉬운 상황도 아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그런데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비슷하게, 대기업 중심의 IT 주도측면에서 보면, 일본 IT기업의 현상과 한계를 우리나라에서도 엇비슷하게 답습해가고 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국가 위상을 높인 요인 중 IT 분야에서의 기여도를 보면, 모바일과 반도체 그리고 IT가전으로 대변되는 삼성과 LG의 비중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은 건강한 우리 IT 생태계를 고려할 때 우리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적 IT기업들은 대기업이라는 기득권을 가진 상태에서 최고급 인력들을 싹쓸이 해가고, 위험부담이 적은 대기업에 집중되는 정부 및 금융기관의 지원에 힘입어, 그리고 애국적인 국내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배경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최고급 IT 인력들이 안정적인 대기업의 원심력 속으로 휩쓸려가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이지만, 어렵게 키운 경력직까지도 쓸어가며 즐기는 대기업 행태나, 대기업 친화적인 금융정책이나 정부정책이 더 큰 문제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서 우리의 전반적인 IT기업 환경은 일본을 닮아가는 모습이 되고 있다.

또한, 전체 OECD 34개국 중 노동생산성이 27위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또한 지난 해 생산성본부가 발표한 131개국 국가간 노동생산성 비교자료에선, 일본(28위)은 물론이고, 현재 유로 존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이탈리아(13위), 스페인(30위), 그리스(31위)보다도 낮은 33위의 노동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벌써 일인당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넘어서 3만불, 4만불을 향해 달려간다고 들썩이고 있고, 임금 및 복지수준 측면에서는 선진국 모델로 변모하고 있고, 사회적 기대감 또한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데, 우리의 이러한 낮은 생산성은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하는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게다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국내 IT중소기업 입장에서 느끼는 비용대비 생산성 문제는 더 심각하다. 더군다나 지식기반 기술에 집약적이고, 빠른 고객 친화적 서비스 기술이 IT중소기업의 경쟁력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볼 때, 많은 시간을 근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노동시간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낮은 현재의 생산성 문제는 우리 IT 중기가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고개가 되고 있다.

현재의 일본의 위기가 어디서 왔을까? 정확히 분석하여, 명쾌한 해답을 내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IT산업 측면에서만 살펴보더라도 드러나는 이런 ‘정체현상’들이 역동성 있는 도전과 끊임없는 혁신을 자양분으로 먹고 사는 IT 벤처의 생태계에 도움이 되지 못했음을 볼 수 있다. 더불어 우리의 IT 생태계에서도 일본과 비슷하거나 또 다른 유형의 정체현상들을 극복하지 못할 때, 우리 IT 벤가 미래를 향한 선진화의 추진체가 되기는커녕, 다가올 위기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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