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IT 중기에서 우리 CTO의 자화상

작성일 : 2012-03-22

한 기업 내에 CEO, CFO, CMO를 비롯한 분야 별 최고 책임자가 여럿 있지만, 기술집약적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IT 기업에서 CTO(Chief Technology Officer : 최고 기술 책임자)의 역할은 대표이사 또는 사장으로 이해되는 최고 경영 책임자인 CEO(Chief Executive Officer)와 더불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직위가 된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IT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전반적인 기술 패러다임을 이끌 ‘국가 CTO’를 임명하고, 그에게 향후 국가적 IT 기술 방향을 제시하고, 국내 기업들의 기술 흐름을 이끌어 가도록 하고 있다. 물론 IT 대기업의 경우도 능력과 경험 측면에서 국가 CTO와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CTO를 찾아내거나 양성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로 하여금, 단위 기업 및 그룹 집단의 현재 기술과 제품을 방향성을 고려하면서, 차세대를 향한 전반적인 기술 로드맵을 구축하도록 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전권을 가지고 연구소 및 기술 관련 부서를 이끌어 가도록 한다.

이러한 대기업이나 아니 중견기업의 규모와 환경에 비교해 볼 때, 우리 IT 중기는 충분하지 못한 연구 개발비와 열악한 인력 지원 등 여러 측면에서 녹록치 않은 환경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IT 중기의 CTO들은 내부적으로는 개발 엔지니어들과 함께 개발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밤을 새는 일이 허다하고, 외부적으로는 영업 지원을 위한 출장과 문제 발생 사이트 방문에 정신이 없다. 게다가 새로운 제품의 아이템을 구상하고 개발할 때, 중장기적인 개발 기간을 목표로 하는 것이 어렵고, 또한 아직 성숙되지 않은 시장을 만들어가며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투자가 부담이 되는 것이 중기의 현실인지라, 역량 있는 경험자라고 하더라도 그 꿈을 이루기란 그리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IT 중기의 CTO들은 자신의 회사에서 CEO로서는 할 수 없는 고유 권한이자 책임인, ‘제품 개발의 최초 제안자’이자, ‘개발한 제품 수준의 최종 책임자’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그 길을 가는데 자신의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이는 먼저 새로운 사업 제품과 아이템 기술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크지 않고는, 자신의 개발 업무에 대한 자존심이 강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항상 열린 시장이라는 블루오션을 바라보되, 대기업 관심도는 낮으면서 현재의 제한된 인적, 물적 개발 자원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구상한다. 그것도 2~3년 내의 짧은 개발 기간과 짧은 제품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하면서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현재 자사제품 및 경쟁사 제품의 기술 수준을 냉정하고 평가하여 그 수준 격차를 머릿속에 담고 있으면서, 타개책에 대한 로드맵을 고집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자원 측면에서의 부족함 때문에 경쟁사 기술을 극복할 수 없다고 푸념하기도 쉬우련만, 그보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방법 찾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여기저기 사업팀과 동행하여 제품 기술을 설명하는 치열함을 동시에 겪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인력 관리자 입장으로 다음 제품을 책임질 기술 인재를 찾아내는 일과 양성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렵게 확보하여, 몇년 간 공들여 키워서 제 역할을 할 즈음이면, 솔개가 채가듯이 낚아채가는 대기업 경력직 공고가 우리 CTO에겐 꼴 보기 싫은 연중 행사다.

회사의 성장과 자기 직무 성취에 1순위 가치를 부여하고 자부심을 키워나가는 것보다 자신의 개인 여가나 돈을 추구하는 것이 현재의 세태다. 이러한 조류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젊은 엔지니어들에게 우리 CTO들은 어떤 가치를 설명하고, 어떻게 설득해야할지 또한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고유 업무에만 집중하기도 벅찬데, 때때로 회사 영업 책임자들이 고객을 접대한다고 늦게까지 떠들며 술잔을 기울여 늦게 출근했다는 이야기에, 행정직원 부서 직원들이 칼퇴근하여 취미 생활한다고 법석이는 모습에 상처받기도 하는 개발자들을 도닥거리는 데 남은 기운까지도 써버리고 있다. 속칭 숫자로 그 능력을 검증받는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업부서 동료들이나, 상대적으로 그 업무의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고 넋두리하는 행정부서 동료들의 말 못하는 씁쓸함을 이해하기에는 괴리가 있는 고지식한 엔지니어들을 위해, 부서 간의 분위기 조율이라는 짐까지 지고 있다.

자기 전문 분야에서 한 우물 파는 엔지니어라고 생각했는데, 엔지니어 그 이상의 그 무엇을 추구하여야 하고, 회사가 성장할수록 책임은 커가되 주어진 권한은 제한되어 있고, 나이가 들면서 경험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데 지속적으로 제품기술의 변화까지도 읽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는 사람, 우리 CTO의 자화상이다. 이들의 평가되지 않은 ‘열정’과 좌고우면 하지 않는 ‘정진’이 있기에 우리 IT 중기의 기술 개발이 있고, 우리 제품의 생존과 진보가 있다. 이 최고 기술 책임자들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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