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3월 02일

잠에서 깨어난 공룡, 중국을 어떻게 접근할까

작성일자 : 2014-11-19

 

잠에서 깬 공룡, 중국을 어떻게 접근할까

 

‘오랜 잠에서 깨어난 공룡’ 중국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제껏 거대한 ‘공장’으로만 여겨지던 ICT 분야에서, 자국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 투자가들, 분석가, 언론들은 그런 중국 기업들을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 설레는 마음과 무언가를 가져다 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이번 중국과의 FTA에 대해 분석하고 예측하느라 난리다.

 

지난 주 긴급한 업무 건으로 대만을 방문하여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인 C와 한나절을 보내게 되었다. 서로 알고는 있었으나 금번에 처음으로 대면하게 된 C는 미국에서 사업을 일구어 이미 기반을 잡고 있었고, 몇 해 전 소유하고 있던 호주 회사의 M&A를 통해 백만장자의 대열에 들어선 사람이다. 그러던 그가 지난 반 년을 넘게 중국과 대만을 오가며, 친구도 사귀고 공부도 하며 중국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다는 중국 중상류층 타겟이 아닌, 일반 대중,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었다.

 

일반 중국인 대중이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작은 단위이지만,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형태의 신사업 모델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모델을 구체화 하기 위해, 일반 중국 대중들의 생활방식과 소비 형태, 그리고 고유한 문화까지 이해하려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 자신이 중국어를 구사하고 중국인 부모 슬하에서 자라온 중국계이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교육 받고, 젊은 시절부터 오랫동안 미국에서 사업해 온 지라 중국에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중국과 중국 시장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기획하여,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판매하던 제품을 그대로 중국 시장에 내 놓고 있지는 않은가? 그들의 생활 습관, 대중의 관심에 대해 머리 좋다는 몇몇 고급 인재(?)들에 의해 초고속으로 분석되고 기획서로 만들어져, 소수 오너의 전격적인 결정에 의해서 말이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에 가득한 중국인의 내면을 모르면서, 중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통찰의 시간도 없이 말이다.

 

거두절미하고, C를 보며 우리는 준비가 안되어도 너무 안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이유는 우선 중국 시장이 우리가 이제까지 접하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를 이루는 가장 커다란 단일 시장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게다가 비록 사회주의로 포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업적 가치관에 수 천년 간 길들여진 노련한 중앙 정부와 사업적 기질이 충만한 대중을 대상으로 다가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문화와 생활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토종 한국인이 접근하는 것이라면 더군다나 더 철저한 이해와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통하면 중국에서도 통하겠거니 하는 단순한 시각을 가지고 중국에 접근해 왔다. 그런데 우리는 미래 지향적인 시각으로 사회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쉽게 습관화 되게 하여, 사업의 생태계를 만들어 낸다는 ‘Google’이 중국에서 죽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여타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시장에서는 녹록치 않은 결과들을 낳고 있음을 또한 본다. 이런 글로벌 기업들조차도 쉽지 않은데, 우리 ICT 대기업들이라고 쉽지 않은 것이 자명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기회는 없을까? 그런데 C를 보며 역설적으로 이런 표준화된 마케팅 방식, 글로벌 경영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작은 틈새 분야에서 중국화된 제품으로 시장을 타겟팅 한다면 가능성이 있음을 알았다. 작은 틈새분야이기에 그 범위와 환경, 문화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시간과 과정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중국화된 틈새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적은 인구의 다양한 문화를 가진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비해, 거대 단일 시장인 중국에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제는 더 이상 단기적 시각과 준비로는 어림없을 뿐만 아니라, 단순한 기술로도 안된다. 벌써 중국은 대규모 기간 산업 분야나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 있다. 게다가 적극적인 글로벌 M&A로 구미 선진제국의 마케팅 경영 기법과 시스템도 신속히 갖추어 가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투자와 많은 고급 인력을 투여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대량 규모로 양산하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저임금 근로자가 존재하고 있고, 모든 서민층의 부족함을 일관성 있게 만족시킬 사회적 시스템이나 소비자 제품군이 부족하다. 따라서 생활 수준이 다른 여러 계층의 대중을 대상으로 특화된 제품을 준비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또한, 그 작은 단위에서만 통하더라도 유럽의 몇 개 나라 합친 것보다 큰 규모 시장이기 때문에 그 규모가 작지 않다.

 

아무리 우리가 틈새를 잘 찾아 준비하여 첫 번째는 통했다고 할지라도,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등에 업고 추격하는 중국 기업을 따돌리기란 쉽지 않다. 이때 우리의 장점이 반영될 수 있는 사업군에 집중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예를 들어, 그 기술이 공개된다고 해도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경우라면 좋다. 즉 한번 기술을 소유한다고 해도 그 독점적 지위가 오래가지 않는 분야, 대중의 자발적 피드백이 반영되면서 계속 진화되는 제품 분야, 처음엔 저가로 대량 생산해도 다음 제품이 나오면 이전 제품의 매력이 쉽게 떨어지는 분야라면 더욱 좋다. 아마 우리 국민성의 장점이 반영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중국, 우리가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되는 영원한 파트너이자 경쟁자이다. 그 중국 시장 또한 우리의 기회의 땅이자, 무시할 수 없는 전쟁터이다. 이 시장을 향한 우리 ICT 기업의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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