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3월 02일

CES 2015, 새로운 패러다임 그리고 우리 중기 ICT

작성일자 : 2015-01-22

 

CES 2015, 새로운 패러다임 그리고 우리 중기 ICT

이런 저런 이유로 썰렁했던 지난해에 비해 다양한 패러다임이 제시되는 등 나름 활기차고 꽤나 시끌벅적한 가운데 CES 2015가 마무리되었다. 지난 해에는 3D 프린터를 비롯해 전기차, 스마트가전 등이 화두였다면, 올해는 드론, 웨어러블(wearable) 기기, IoT 가전, 스마트카 등으로 대변되는 진화된 융합 IT 제품군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하였다.

 

그중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역시 드론이었다. 작년에 이미 떠들썩하게 소개되기는 했지만, 올해는 캠을 장착한 모델부터 손바닥 크기의 모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랫폼과 표준형이 새로이 제시되었다. 게다가 기존의 구미 IT 강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만의 많은 기업들이 캠, 배터리, 전동장치, 금형회사 등 자신들의 부품 기술을 강조한 다양한 통합 제품군을 선 보였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 제품이 눈에 띄지 않은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랄까.

 

이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문외한이기는 하지만, 이 드론 광풍이 우리에게 주는 도전과 기회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지난 1, 2년 간 미래부에서는 드론 개발을 전폭 지원한다며 R&D 예산까지 지원했지만, 이미 세계 시장에서는 표준 플랫폼까지 오픈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있다. 과제라면 적게는 몇 분에서 몇 십분 정도에 머물러 있는 배터리 수명인데 이 역시 유수한 배터리 기업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안을 내 놓을 것이라 예측된다.

 

따라서 이제 제작 기술에 투자하겠다 한들 생산에 있어 단위 가격, 기본 성능, 생산 기간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자체 제품까지 출시한 수 많은 대만과 중국 기업들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 사실 제작 기술은 이미 늦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 ICT 중기가 할 범위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이미 기회가 없는 것일까?

 

다행히도 이번 전시회를 살펴보니, 기술적으로 성숙 단계로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헬리캠을 제외하면 이를 활용한 응용 비즈니스 모델은 마땅히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기술 표준은 그대로 따라 사용하면서, 대만이나 중국의 생산 기업들을 활용하여 우리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는 ‘기술 활용제품’이라면 기회가 있다. 모형 항공기를 대치하는 장난감 모델이나 야외 공간에서의 게임 모델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획기적으로 꽃 피운 또 하나의 기술 제품군을 들라면, 역시 몸에 착용하는 IT 기기를 지칭하는 웨어러블 기기들이다. 스마트 시계 및 안경을 비롯한 다양한 헬스 기기들은 미국과 독일의 고급 제품부터 중국산 유사제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홍수를 이루었다. 다만 아직 깔끔하면서 그 가치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제품이 눈에 띄지 않은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 ICT 중기의 기회는 무엇일까? 이 분야 역시 기본적인 플랫폼은 몇몇 글로벌 ICT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플랫폼 자체를 개발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보다는 단위 부품에서의 독립적인 제품과 통합 서비스 모델들이 적합할 것이다. 즉 제조 분야에서 우리에게 강점이 있는 카메라, 센서, 유무선 분야의 부품들을 활용한 액세서리 제품들이 그 예이다. 또한 이 기기를 활용하여 수집된 사용자의 개인적인 데이터와 정보를 다양한 분야별로 분석하여 그 결과를 사용자 친화적으로 제공하는 스마트 솔루션 또는 어플리케이션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 마치 스마트 모바일에서 다양한 앱이나 관련 액세서리들이 많은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였듯이 말이다.

 

그리고 스마트한 가전 및 보안 등을 품은 스마트 홈 분야에서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개발되고 제품화된 스마트 가전기기 및 홈 기기 플랫폼들이 IoT와 만나면서 모바일과 인터넷을 넘나들게 되고, 그 결과 홈을 내 손안에서 제어하는 것을 넘어 품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CES 2015에서는 ‘IoT 기반의 스마트 홈’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들이 전시되었다. 아직 이 제품들이 부담없이 확산될 수 있는 적정한 가격대가 이루어졌다고 보이지는 않지만, 그 확장 속도를 볼 때 이 또한 시간 문제일 듯 하다. 이를 보면, 내년 CES 2016 에는 ‘착한 가격대’의 표준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아무튼 이번 CES 2015는 IoT 기반의 스마트홈 또한 전등, 센서, 가전, 유무선, 헬스, 보안, 응용프로그램 등 기본 제품들과 관련된 기업들에서부터, 이를 기반으로 통합제품 모델을 만들어 낸 가전업체, 가구업체, IT 서비스 업체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과 제품들로 홍수를 이루었다. 이를 보며 우리 ICT 중기는 기본 부품에서 통합 제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비즈니스 기획들이 널려 있는 금맥이 될 수 있음을 보았다. 특히 우리의 강점 분야인 유무선, 캠분야에서의 부품 모델이나, 보안과 응용 프로그램 분야에서의 정보 서비스 모델은 틈새 시장에서 우리만의 강점을 내세우며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에 승산이 있는 영역이 아닐까 한다.

 

작년 CES 2014에서 보너스로 놀라움을 주었던 전기차가 올해에는 IT 차 또는 스마트카 라는 주요 분야로 부각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몇몇 기계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스마트한 IT 기능으로 무장한 IT 기기가 되어 있었다. 무선과 연동하면서 차의 전면을 스마트 스크린화 하여 전반적인 모니터링 상황을 보고, 듣고, 예측하고,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게 업그레이드 되었다. 이렇게 가면, 이전에 SF 영화에서의 기능들이 내년 CES에서는 완전체로 제시될 것 같다. 스마트 카의 도래를 보며,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응용 및 컨텐츠 분야와 무선 인터넷,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우리 ICT 중기가 자동차의 액세서리 부품과 부가 서비스 모양으로 응용 적용될 수 있다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국내 환경과 맞물려 무한한 부가 비즈니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이렇게 매년 CES 전시회를 참석하며 힌트를 얻고자 애쓰고 있지만, 세계의 IT 기술과 제품은 매년 너무나 다양하게 제시되고 그 조류 또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미 발을 들여놓기에는 너무 늦어버려서 투자 대비 좋은 결과를 내 놓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모든 것을 잘 할 수 없지만,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명한 강점을 살리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려운 점은 그 판단이다. 갈수록 기술 개발과 마케팅, 제품 출시도 부익부 빈익빈이 되어 가는 형세라, 우리 ICT 중기 입장에서는 현명한 판단 능력이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돕겠다고 난리지만, 서로의 입장차가 있기에 마주쳐 소리내기도 쉽지 않다.

 

이 전시회를 보며 또 다른 관점에서 느낀 점은 세계의 모든 기업들이 계속 변화를 추구하고 혁신하며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땅 한 구석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4일 간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며, 경쟁사와 협력사 제품의 강점과 약점을 메모하고 분석하며, 팜플렛과 샘플로 가득한 여러 소핑백을 들고 노트북을 매고, 삼성동 코엑스를 몇 개 합친 크기의 전시장들을 누비는 세계 각국의 바이어, 전시자, 판매자, 분석자들로 북적대던 전쟁터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곳에 우리를 향한 도전이 있고, 우리의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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