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3월 02일

ICT 기술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돕는 R&D 지원 방안은 있는가?

작성일자 : 2014-10-22

 

ICT 기술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돕는 R&D 지원 방안은 있는가?

지금 미래부에서는 2015년 국내 기업들의 R&D 지원을 위한 연구 개발 자금 지원 및 기타 다양한 지원책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주 초점은 어떻게 하면 국내 기술 개발 기업들이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국내외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가 인듯 하다. 국내 대기업에 비해 여러 가지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기술 기반 ICT 기업들은 소극적으로는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국산 제품 기업으로, 적극적으로는 탄탄한 국내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커다란 세계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강소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지금도 연구 개발에 평일의 밤낮을 보내고 기술지원에 주말을 보내고 있다. 이런 ICT 기술 기업들에게 정부의 R&D 지원 정책은 그야말로 단비와 같다.

 

현재 우리 ICT 기술 기업들은 힘겨운 싸움 중이다. 한쪽에는 수 십년 간 축적된 기술 혁신과 세계 최강의 우수한 인적 자원을 과점한 강점을 가지고 세계 시장에서 빅브라더로서 자신의 위치가 공고한 미국 등 서구의 기업들이, 다른 한쪽에는 13억이 넘는 인구의 또 하나의 세계에서 독점적 시장 장악력과 배타적 지원책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공룡 기업들이 버티고 있다. 이들과 정상적인 경쟁(?)으로는 당해내기  어려운 형편에, 중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진행해 오는 정부의 R&D 지원 정책은 지금까지 많은 국내 ICT 기업들이 자체 R&D 제품으로 시장을 창출하고 또 장악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다.

 

이렇게 중소 ICT 기술 기업들을 위한 R&D 지원책이 시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방대한 규모나 노력에 비해 기업들이 느끼고 있는 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마 그들의 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나 절박함에 비해, 그리고 사업화 노력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더 척박해지는 시장 환경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정부의 R&D 지원책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새로운 맹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의 R&D 지원 대상 분야가 ‘시대의 흐름’이라는 화두에 휘둘리며 매년 빈번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매스컴에서 내년에 뜰 기술이라고 떠들어 대는 분야나, 매년 가트너가 발표하는 10대 전략 기술들이 정부의 R&D 지원 프로그램에 잘 맞춰 반영(?)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당연한 것일수도 있겠으나, 지금의 R&D 지원 정책이 향후 3년 또는 5년을 바라보며 R&D 투자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임을 고려해 보면, 현재 화두가 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2~3년 전부터 사업화를 준비하기 시작한 기업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을 예측하고 묵묵히 자신의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을 미리 지원할 수 있는 혜안이 우리에게는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국내 산업과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국내 기반기술에 대한 전략적 R&D 지원이 아쉽다. 공공기관일수록 더 외산 제품을 선호하는 마당에 미래부에서 국내 기반 기술의 R&D를 적극 지원하다는 것이 모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만약 한국에 한컴이나 안랩이 살아남아 있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MS Word나 시만텍 보안 솔루션들의 가격은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책정되지 않았을까?

 

최근 ICT 기업 중 몇몇 국산 백업 SW 기업과 파일 시스템 기업들이 무너졌다. 아직 조립수준이라고 천대받고는 있지만 자기 자리를 지켜주던 국산 서버, 네트워크 및 PC 분야에서의 장비 기업들과 기반 SW 분야인 DB, 보안, 스토리지 SW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런 국내 기반기술 개발기업들은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우리 시장을 방어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이 10년, 20년을 살아남아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면, 그들의 R&D를 지원하는 것은 국내 시장을 방어하는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마치 기초과학과 인문학이 이 사회의 근간을 튼튼하게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주듯이 말이다. 이런 가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명철은 우리에게 없는 것일까?

 

또한 과거 정통부부터 시작하여 현재의 미래부에 이르기까지 ICT 분야 R&D 지원과제에서 연구소나 학교가 주관이 되고, 그 아래에 사업화를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기업들이 들어가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했다. 물론 연구소나 학교의 우수한 연구 인력들과 산학, 산연 등의 방식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더 장려하고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반/기초 기술 개발인 경우에는 연구소나 학교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술 개발이 사업화를 위한 것이라면, 그 개발의 주도는 기업이 되거나 최소한 동등하게 책임과 권한을 갖는 관계이어야 한다. 그런데 과도하게 인센티브를 걸며, 독립채산제를 흉내내어 연구소나 학교의 연구진들에게 자체 R&D 자금을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또 이들의 우수한 연구실적과 과제 제안 능력,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를 당해낼 수 없는 중소 ICT 개발 기업이 이들과 경쟁하도록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이런 상황을 구분하여 정리할 지혜는 우리에게 없는 것일까?

 

그리고 전문적인 이해도가 있는 ICT 정책 입안자들의 교체가 빈번한 현실이 있다. ICT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지난 20여 년 넘게 우리는 다양한 시행 착오를 거치며 ICT 정책 실험을 해왔다. 그 결과 많은 부분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의 ICT 정책 입안 실무자들이 몇 년간에 걸쳐 R&D 기업, 특히 중소 ICT 기업들과 호흡하며 현장의 요구를 듣고 기술 흐름의 변화를 읽어 정책 반영을 하려 하면 주기적으로 자리 이동이 된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다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고, 깊이 있는 ICT 분야의 정책 입안 전문성을 갖춘 경험과 지식은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못한 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이런 불확실성과 변화무쌍함이 예측 가능하고 전략적인 R&D 지원 정책을 기대할 수 없게 한다. 우리에게 과연 뚝심을 가지고 ICT의 한 분야에서 최고 마에스트로를 길러내는 정책 입안은 무망한 것인가?

 

그러나 어떤 상황, 어떤 장애물을 딛고라도 우리 ICT 개발진은 자신들이 구상한 기술과 제품 개발을 위해 그들의 지식과 젊음을 던지고 있고, 기업인은 사업화와 시장 개척에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투여하고 있다. 이렇게 살아있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는 미래부의 용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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