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3월 02일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고

작성일자 : 2014-09-24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지난 몇 주는 중국의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회장인 마윈의 성공담을 이야기 하느라 신문지상이 시끌시끌했다. 게다가 알리바바에 대한 소프트뱅크 회장 마사요시 손의 ‘투자 스토리’까지, 끊임없이 언론에 의해 만들어지는 얘깃거리들은 그 ‘엄청난 잭팟’과 더불어 일반인들 마음을 이리저리 흔들어 놓고 있다. 그 기세를 보면 이런 야단법석은 아마 앞으로도 몇 주간은 더 갈 듯하다. 그런데 많은 일반인들이 오해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빅뉴스가 ICT 벤처인들에게는 기대감을 심어주기 보다는 여러 가지 착잡한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이는 지난 해 부터 올 상반기, 그리고 이번 3분기까지 계속 이어지는 ICT 시장의 침체와 불균형, 그리고 시스템 SW 기술기업들의 무너지는 소리 떄문만은 아니다. 아직도 국내 시스템 기술 기업과 제품의 중요성에 대해 갑론을박 하는 데 머물러 있는 정책 담당자들의 우왕좌왕 때문만도 아니고, 자신의 경쟁력은 아직 2등에 머물러 있는데 삶의 질은 1등을 추구하는 젊은 엔지니어들 때문만도 아니다. 굳이 그 이유를 찾는다면, 우리의 전반적인 상황과 흐름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그러기에 알리바바의 성공담은 그냥 공허한 옆집 얘기로만 들리는 것이다. 게다가 실상을 모르는 주변인들로부터 듣게 되는, ‘알리바바가 이렇다는데 당신네는?’ 이라는 빈정거림 섞인 핀잔이 그렇지 않아도 김빠지게 하는 꺼리들이 차고 넘쳐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데, 귀가 두 개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그러던 중, 10여년 전 창업하고 위기를 만나 노심초사하고 있을때, 자수성가한 모 기업 회장이 진솔하게 전해준 조언이 생각난다. ‘기업인은 창업 동료들의 무너지는 모습에 결단을 내리며, 위협하는 많은 경쟁자들의 싹을 냉혹하게 밟고 일어서서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이 분 너무 냉정하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회사가 조금씩 성장해 가며 이전에는 자신의 역할을 온전히 감당해 왔으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여 함께 성장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어가는 동료들을 보게 된다. 이들은 자신들의 과거 실적과 경험에 머물러, 새로운 흐름과 요구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고 버거워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저항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그들이 가까이서 산전수전 함께 겪어온 창업동료일 경우에는 경영자를 더욱 힘들게 한다. 그렇지만, 갈 길이 아직 먼데도 불구하고 이들을 ‘의리’라는 이름으로 방치했을 때, 회사가 위기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안다. (물론 대표자가 그렇다면 회사가 문을 닫게 되는 것은 당연하고)

 

이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이 등장하는 강력한 경쟁자들과 싸워야 하는 냉험한 현실을 볼 때, 자기 역할의 한계상황에 도달해 변화의 물결에 자신을 던지지 못하는 이들을 ‘절친’이라고 눈감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만한 사람을 대치할 자원도 찾기 힘들고, 그 정도라도 신뢰할 인재를 키우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지라, 결정권자의 마음을 더욱 주저하게 한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 기술의 경쟁력은 조금씩 빛을 잃어가고, 우리 제품에 칼 갈고 있는 강력한 경쟁사들은 내일 신제품으로 무장하고 경계선을 넘어올 것이 불 보듯 훤한데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 차선이 아니면 차악’으로 결단하여야 한다. 게다가 지금 주변에 무너지는 회사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밟고 일어선 경쟁자도 아닐뿐더러, 혹여 그들이 경쟁자이고 무너진다고 해도 우리 제품의 시장 장악력이 커지는 것도 아니다. 경쟁력은 우리가 설정한 그 목표를 제한된 시간 내에 제한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일차적으로 이룰 수 있으냐이고, 그 다음 시장에서 고객에게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 회장의 조언에서 우리가 밟고 일어서야 하는 ‘주변 경쟁자들의 자라나는 싹’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넘기 힘들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설정해 놓은 수많은 제약 조건과 환경, 그리고 내재되어 있는 우리의 열등감인 것이다. 먼저 밟고 일어서야 할 싹은 우리 안에 있다. 그리고 이 싹 밟고 일어서면, 저편에 이미 잘 자라 버티고 있는 경쟁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갈 길이 녹록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두렵지도 않다. 우리는 이미 여러 번의 위기를 극복하여 8부 능선을 넘어섰고, 이 언덕을 넘어가면 고지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고지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 새벽, 허리를 구부려 느슨해진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맨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주저하지도 지체하지도 않고, 빠르게 먼저 결단하고 강하게 밀고 나가려 한다. 그리고 알리바바의 신화는 저편으로 날려버리고, 우리의 히든 스토리로 백지를 채우려 한다. 해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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