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14일

다시 인간 정조임금과 그의 지도력을 보며

작성일 : 2009년 2월

다시 인간 정조임금과 그의 지도력을 보며

요즈음 정조임금이 그의 정적이었던 심완지에게 보낸 299통의 서간이 세상에 알려지며 이제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회자되던 인간됨과 삶, 정치지도력 등에 여러 가설, 억측들이 더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할아버지인 영조임금과 정적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를 아버지로 두고 태어났고, 궁궐 내에서도 어린 세자를 보호하기에 노심초사하던 혜경궁 홍씨를 어머니로 둔 천재군주 정조임금에 대한 사실과 환상 그리고 칭송과 비판이 한 묶음으로 어우러져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여러 미디어들과 책들에 의해 가감된 내용으로 극화되어 이해와 선입견을 또한 뿌려놓은 지라, 논란은 흥미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시대의 탁류를 거스르는 삶으로 인해, 시류에 영합하는 민초들에게 교훈을 주는 선각자가 주변 가까이서 찾기 어려운 지금, 우린 더욱 더 역사 속에서 가르침을 주는 지도자를 찾아 헤매며,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하는데 반영하려 한다. 이에 우리에게 알려진 정조임금은 왕손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너무나도 기구한 인생역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왕위에 올랐으며, 주변의 정적들을 아우르며 개혁적인 업적을 남기고, 마흔 아홉을 넘기지 못한 젊은 나이에 삶을 마쳤다는 사실들이 우리 삶을 다시금 살펴보고, 미래를 바라보는데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에 이렇게나 많은 논란을 낳고 있나 보다. 이러한 정조임금을 다시금 보고, 그의 서간들에서 밝혀진, 또는 밝혀질 인간 모습을 기대하며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먼저, 소설 속에나 나오는 고매한 인간은 이 세상엔 없다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정조임금을 보면 현재 요구하는 시대정신과 개혁적 지도력, 학문적 업적, 정적까지도 통합한 탕평책 때문에 그의 인간성이 고매하고 학문 중심적이고, 심오하다는 것에만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그로 인해 서간에서 그의 정적이라 할 수 있는 심완지와의 내통(?)에 시끄럽게 또는 흥미위주의 시각으로 초점 맞추며 떠들고 있다. 그러한 정조의 모습은 사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린 역사 속에서 꾸며진 위인들의 많은 자서전을 보아왔고, 이에 따라 사람을 평가할 때, 한 모습으로만 재단하는데 익숙하다. 그러나 사람을 살핌에 있어 그가 시대의 영웅이라 하더라도 장점은 장점대로 인정하고 단점은 단점대로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두 가지는 독립적인 인간의 성정이고 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정조임금의 다혈질적 성격이나, 정적과의 담합을 다르게 보면 그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준다.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한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고, 정적으로 둘러싸여 소수자의 임금이라는 시대상황 속에서 통치해야 했기에 그럴 수 있으리라고 이해된다. 그렇기에 이번에 발견된 서간은 왜곡되지 않은 인간 정조임금의 면모를 스스로 가감 없이 고백하는 글이 되어 평범을 가지고 살아가며 비범을 추구하는 우리 보통사람들에게 위안과 기대를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한다.

또한, 우린 항상 주변에 나(我)와 남(他)의 관계 속에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정조임금은 항상 소수자였고, 이를 타개하고자 부단한 투쟁 속에서 살아왔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어떻게 소수의 내편과 함께 지혜를 발휘하여, 정적들을 통쾌하게 무릎 꿀리는가에 관심들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이나 소설들이 이번 서간을 통해 명쾌하게 잘못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는 겉으로 들어난 것처럼 쾌도 난마 하듯이 선과 악, 내 편 네 편으로 나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실을 정조임금은 한 국가를 통치하는 현실 지도자조서의 입장에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러하기에 인간 정조는 내 사람이라고 모두 옳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과 영원한 내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고, 이처럼 그 반대의 경우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 바탕 하에서 현실통치의 최종 책임자로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단한 조정과 소통의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냉정하게 보면 내 마음속에서도 두 생각이 있을진대, 내 주변과의 관계에서 남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러한 우리의 삶에 정조임금의 모습은 나와 남에 대한 방향성을 고쳐 잡는 기준이 된다.

그리고 지도자는 이러한 다름을 하나의 결과로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조임금이 조선의 군주로서 이제까지 다른 임금들과 비교되어 칭송 받는 이유가 물려받은 권력기반이 탄탄하지 못하였고 주변에 보다 많은 정적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고 개혁적인 업적을 이루어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데 있다. 역사적 시각으로 보면 매우 생소하고, 드문 임금이라 할 수 있지만, 현대적인 시각으로 볼 때에는 우리 주변의 상황과 너무나도 일치한다. 현재의 우리 리더들은 내가 속한 조직이 일치단결하여 외부의 거대한 도전과 위기상황을 헤치고 나아가 생존하고, 번성하여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반대자들, 냉소자들, 무사안일주의자들에 의해 둘러 쌓여있다.

이 현실 속에서 당장 집어치우고 싶기도 하고, 내가 왜 이 짓을 하나 넋두리 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 대상을 찾기도 힘들고,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기에 그럴 수도 없다. 그런 우리에게 정조임금은 커다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혜로운 소통의 지도력이 절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타협하고 때로는 밀어붙이며, 다른 그룹의 다른 생각을 공존의 틀 안에 아우르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결국 역사서와 이 서간을 통해 볼 때 결실을 이루기 위해 흔들림 없이 하나의 방향을 잡고, 현실을 보고 대처하는데 균형된 시각을 유지 하려한 그의 처절한 노력이 현재를 사는 리더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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